기사제목 겨울의 한줄기 빛 크리스마스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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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한줄기 빛 크리스마스 시장

기사입력 2014.12.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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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한줄기 빛 크리스마스 시장

기독교와 크리스마스 시장

전성기 (1789년) 신성로마제국 지도 ⓒRobert Alfers, kgberger, wikipedia

신성 로마제국(962~1806)은 정치적 영향력이나 제국 내의 내적 결속력 모두 약했기 때문에 유럽사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제국의 영향력은 크리스마스시장(Weihnachtsmaskt)에서 아직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시장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북부의 티롤 지역, 프랑스의 알자스 지역,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등지에서 열리고 있는데, 신성 로마제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했던 지역들이다. 독일 크리스마스 시장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독일 국경을 넘어서서 영국, 미국, 체코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지역 전통문화의 보존과 발굴 그리고 지역정체성 형성에 이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독일의 크리스마스 시장을 살펴본다.

‘그리스도의 빵’이라고도 불리는 슈톨렌 빵 ⓒGürgi, kgberger, wikipedia

크리스마스 시장은 지역에 따라서 '대림절 시장'(Adventmarkt), '아기예수 시장'(Christkindlmarkt), '슈톨렌(Stollen, 크리스마스 때 먹는 견과와 과일이 들어간 빵) 시장', '글뤼바인(Glühwein, 계피와 레몬을 넣고 끓인 뜨거운 포도주: 뱅쇼) 시장'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이들 이름에서 이 시장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알 수 있다. 현재 독일에서는 3,400여 개 이상의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개장 시작과 개장기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큰 시장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면, 대체로 대림절 전 주의 월요일(대체로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이브 날까지 거의 한 달 동안 열린다.

페터 베커(Peter Becker)가 그린 1876년의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시장 모습 ⓒPeter Becker, kgberger, wikipedia

크리스마스 시장은 원래부터 이렇게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다. 독일에서 이 시장이 가장 먼저 언급된 기록은 1384년으로 드레스덴 근처의 바우첸(Bautzen)에서 발견할 수 있다(드레스덴이나 뮌헨은 자신들이 더 오래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시장은 제후의 특별허가 덕분에 열릴 수 있었는데, 주민은 대림절(待臨節) 단식이 끝난 후 먹을 고기나 겨울나기에 필요한 물건을 하루 동안만 구매할 수 있었다.

중세 서구 기독교 사회에서 대림절은 속죄와 회개를 하면서 아기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고통과 기쁨이 섞인 기간이었다. 또한, 주민들은 이 기간에 용서와 화해 그리고 나눔을 실천해야 했다. 이런 종교적 의미는 현대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발견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아이에게 선물할 장난감, 과자, 군밤 그리고 볶은 아몬드 등의 물품이 추가되었지만, 기독교의 종교적 경건함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크리스마스 시장은 활성화될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시장의 재탄생

뮌헨의 구유 Krippe의 모습 ⓒweihnachtsmarkt-marienplatz.de

또한, 양차 대전을 겪은 많은 독일 사람들은 기독교에 대해 회의를 품기 시작하였고, 실제로 그 교인의 숫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독교는 독일사회에서 가치와 규범 체계로서의 아직도 사회에서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독일 크리스마스 시장은 이러한 맥락들 속에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19세기 초반의 일부지역 크리스마스 시장은 외형 상 현재의 크리스마스 시장과 유사한 면을 많이 보이고 있다. 독일 맥주처럼 크리스마스 시장도 지역과 도시별로 차이점을 보일 뿐만 아니라 한 도시 내에서 열리는 시장들 사이에도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독일은 사회복지체계가 잘 갖추어진 나라인데, 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돈을 모아서 여름에는 해외여행을 떠나고, 겨울에는 식구와 동료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거나 가구를 장만한다. 크리스마스는 아직도 전 가족이 모두 모여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건한 종교축일이다. 사람들은 이를 위해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서로 선물을 교환한다. 대부분 어느 누구나 멋지고 고급스럽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싶어 하는데, 크리스마스 장식은 그 집의 취향과 수준을 말해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선물교환은 독일 사회의 중요한 사회적 행위인데, 비싸지 않으면서 독특하고 정성이 담긴 작은 수제품을 선호한다. 크리스마스 시장은 이런 소비자의 요구에 잘 부응하는 상품을 파는 곳이다. 여기서 주로 거래되는 것은 다양한 지역 수공업 제품(Handmade in Germany)인데, 매우 비싸지 않으면서도 장인과 지역 전통의 숨결이 느껴지는 물건들이 주를 이룬다. 또한, 크리스마스는 용서와 화해 그리고 나눔의 시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족 단위 또는 동료들과 함께 이 시장에 와서 즐거운 시간을 같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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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의 목각 인형들 ⓒeuropean-traveler.com

뉘른베르크의 렙쿠헨 ⓒLeon Brocard

크리스마스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양성 때문에 어렵지만, 우선적으로 다양한 지역 특산 음식물과 지역 전통 수공업품이 거래되는 장터이다. 또한,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은 맛있는 수제 과자와 초콜릿을 먹고, 불이 번쩍이는 회전목마와 관람차를 타고 논다. 각 시장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독일 또는 지역 특산의 렙쿠헨(Lebkuchen), 프린테(Printen), 베를린 팬케이크, 슈톨렌, 슈페큘라티우스, 초콜릿, 솜사탕, 볶은 아몬드, 군밤, 소시지 등이 주요한 간식거리이다.

음료로는 글뤼바인, 포이어짱엔보울레, 푼취, 복비어 등이 있는데, 글뤼바인은 이 중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구유(Krippe, 예수 탄생 순간을 인형이나 조각품으로 재연한 것), 호두까기 인형, 산타클로스, 천사, 악마, 피라미드 등의 수제 목각 인형과 슈빕보겐, 트리 장식용 유리구슬과 별장식 등의 장식품은 스테디셀러이다.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공연 모습 ⓒUwe Niklas, www.christkindlesmarkt.de

크리스마스 시장은 상품 소비의 공간일 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의 발굴과 보존 그리고 재생산의 장소이기도 하다. 각 시장별로 다양한 문화와 예술 프로그램들이 동시에 개최되는데, 프로그램 대부분은 지역 문화전통에 기반 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합창, 연극, 인형극 등인데, 지역어(사투리)로 부르는 노래를 듣는 것은 색다른 재미이다. 나눔과 봉사의 기독교 정신에 맞도록 기업은 시장개설에 협찬을 하고, 상점들은 수익의 일부를 소외된 사람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반짝이는 불빛과 시끌벅적한 즐거운 소리 그리고 다양한 과자와 사탕 그리고 음식에서 나는 향기는 시장마다 다른데, 어린아이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자신들의 고향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가며, 어른들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낀다.

주요 크리스마스 시장들

독일 관광청은 2014년 볼거리 100선을 발표하였는데, 이 안에는 세 개의 크리스마스 시장이 포함되어 있다. 뉘른베르크 시장(52위), 드레스덴 시장(71위)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시장(94위)이다. 이 3개 크리스마스 시장과 함께,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쾰른 크리스마스 시장의 특징을 소개한다.

1) 뉘른베르크 ‘아기예수 시장’

19세기 석판화 속의 아기 예수 시장 모습

매년 대중매체에서 크리스마스 시장의 시작을 알릴 때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곳이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 시장이다. 이 지역은 가톨릭이 강한데, 사람들은 이 시장을 지역어로 ‘아기예수 시장(Christkindlesmarkt)’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이 유명하게 된 데는 어두운 역사가 있다. 이 도시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다른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늦은 1628년에 처음으로 열렸다. 1737년에는 지역 수공업자 140명이 자신들의 수공업품 판매를 허락받아서 시장의 품목이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값싼 대량생산품 때문에 이 시장의 위세는 19세기에 들어서서 크게 위축되었는데, 1930년대에 들어서서 다시 활기를 찾았다. 뉘른베르크는 나치 정권의 ‘정신적 고향’이었는데, 이 상징성 때문에 이차대전 전범재판이 이곳에서 열렸다. 나치 정권은 자신들의 ‘정신적 고향’인 이 도시의 ‘아기예수 시장’을 독일제국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보물창고라고 생각했고, 국가적 차원에서 이 시장을 장려하였다. 나치 정권에 의해 이 시장은 독일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이벤트가 된 것이다.

아기예수가 천사들과 함께 시장 개회사를 하는 장면 ⓒnordbayern.de

이차대전이 끝나고 시민들은 이 시장의 어두운 과거를 떨쳐버리고 새롭게 그 의미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와 직면했다. 1948년 에 시장이 다시 열렸는데, 노동자의 아들이며 지역의 진보적인 극작가인 프리드리히 브뢰거(Friedrich Bröger)는 개회사에서 민족 국가적 차원이 아니라 기독교 정신과 지역 전통을 강조하는 개회사를 하였다. 그의 말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약간의 수정을 거치면서 그 내용이 확정되었다. 이 시장의 특징은 매년 아기예수를 선출하는데 있는데, 1948~70년까지는 두 명의 여배우가 이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매 2년마다 160cm 이상의 16~19세 사이의 처녀들에서 선발하는데, 고소공포증이 없어야 한다. 아기천사는 매년 시청 발코니에서 개회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기예수는 두 명의 황금 천사를 대동하고 양로원, 어린이집, 보호시설 등을 방문할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시장도 친선 방문하고, 대중매체의 인터뷰에도 응하고 있다.

뉘른베르크 ‘아기예수 시장’ 전경 ⓒRoland Berger, wikipedia

뉘른베르크는 행정적으로는 바이에른 주에 속하지만 프랑켄 지역의 중심도시이다. 시장의 180여개 상점은 프랑켄 지역 전통에 따라 나무와 붉은 색 줄무늬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때문에 ‘나무와 천의 작은 도시’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데, 이 시장은 도시와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전통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뉘른베르크 렙쿠헨, 소시지, 슈톨렌, 금빛 천사 등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 그리고 마른 자두와 호두로 만든 쯔베츠겐멘레(Zwetschgenmännle, 쯔베츠겐멘레는 지역어로 자두 작은남자라는 뜻이다) 인형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다양한 쯔베츠겐멘레(자두인형) 모습 ⓒStadt Nürnberg, www.christkindlesmarkt.de

뉘른베르크의 한 철사 제조공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은 철사와 집 앞의 자두나무밖에 없었다. 그는 철사와 자두로 남자 인형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었는데, 아이들은 이 인형을 즐겁게 먹었다. 현재 쯔베츠겐멘레는 이 시장의 대표상품이 되었으며, 다양한 종류의 쯔베츠겐 인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의 쯔베츠겐멘레에는 ‘절대로 먹지말라’는 문구가 달려있다. 시장 주변에서는 연주회와 합창과 같은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들이 열리는데,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1,500명의 남녀학생이 자신들이 만든 등을 들고 예수 탄생을 기리는 행진이다.

뉘른베르크 시장연합회는 가게의 모습과 상품을 지역 전통에 맞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시 당국은 1981년부터 지역 전통에 잘 부각한 매장에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시장이지만 지리적 위치 때문에 방문객은 약 200만 명(2013년) 이며, 외국인 관광객으로는 일본인이 7,000명(2013년)으로 가장 많다. 일본인은 로만티쉐 슈트라세(Romantische Strasse, 낭만가도)를 특히 선호하는데, 뉘른베르크는 이 가도 위에 있으며, 중세적 분위기가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2) 프랑크푸르트의 ‘크리스마스 시장’

1851년 하인리히 호프만(Heinrich Hoffmann)이 그린 프랑크푸르트 시장 모습

프랑크푸르트 시장은 현재 표준 독일어로 크리스마스 시장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예전에는 뉘른베르크와 마찬가지로 ‘아기예수 시장’ (Christkindlmarkt, 뉘른베르크와는 약간 다른 지역어이다)이라고 불렀다. 세계의 대표적인 국제금융도시인 프랑크푸르트는 지역 정체성 대신에 국제적인 정체성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가능했다. 이 도시는 고대부터 독일의 중요한 교역 중심지였는데, 1393년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렸다. 도시에서 열리는 다른 시장과 달리 크리스마스 시장에서는 외지 상인이 물건을 판매할 수 없었다. 이 시장은 일종의 지역상인과 제조업자 보호 역할을 하였는데,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시장과는 다른 점이다. 19세기에 들어서서 도심 광장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장난감과 렙쿠헨 등의 과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호두까기 인형들

이 시장에서 호두까기 인형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지역 동화에 의하면 가난하고 아픈 소년이 호두까기 왕의 초대로 장난감 나라에서 즐겁게 노는 꿈을 꾸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깨어보니 꿈에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모두 놓여있었고, 소년은 건강을 되찾았다. 동화 속 모습대로 만들어진 호두까기 왕 인형이 1870년부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던 도심 광장이 이차대전 중에 심각하게 파괴되었고, 이후 지하철 공사가 이어지면서 유서 깊은 장소에서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지 못했다. 이 장소에서 크리스마스 시장이 다시 열린 것은 1970년이었는데, 지리적 이점과 크리스마스 시장에 대한 시민의 목마름 때문에 많은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프랑크푸르트 크리스마스 시장 전경

오늘날 이 시장에는 약 200개 이상의 상점이 있는데, 이 중에는 약 60개의 음식점과 약 30개의 사탕과 과자 가게 그리고 6개의 어린이 놀이기구가 있다. 가장 많으면서 중요한 상점은 약 100여 개의 크리스마스 물건 가게이다. 양초, 나무 인형, 양철 장난감과 같은 전통적인 토산품부터 현대적인 크리스마스 장식품이 여기서 팔리고 있다. 상인의 도시 프랑크푸르트는 상품화에도 남다른 감각을 보이고 있는데, 1995년부터 지역의 문화적 상징을 디자인한 글뤼바인 도자기 술잔을 팔았다. 이 술잔이 큰 인기를 끌자 다른 도시들도 이런 잔 만들기에 동참하였는데, 디자인은 매년 바뀌고 있다.

남다른 감각은 개장 기간 연장에서도 나타난다. 시 당국은 2005년 대림절 이전 첫 번째 일요일에 크리스마스 시장을 개장하는 것을 허가하였는데, 가톨릭과 개신교단은 이에 강하게 항의했다. 교단은 도심 교회의 모든 종을 타종하지 않았고, 교인에게는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지 말 것을 촉구하였다. 이 일요일은 아직 연옥에 있는 망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성스런 ‘망자의 일요일(Totensonntag)’인데, 시 당국은 이런 날에도 시장을 개설하려고 한 것이다. 지역 사회에서 이를 둘러싸고 찬반 격론이 벌어졌는데, 결국 일요일에 시장을 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 사례는 지금 독일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리스마스 시장의 상업화 경향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버밍햄 크리스마스 시장 ⓒDavid Stowell

프랑크푸르트는 크리스마스 시장을 1987년 자매도시인 영국 버밍햄에 수출했다. 이로서 영국에서도 크리스마스 시장이 처음 열렸는데, 이를 축하하기 위해 약 80명의 독일 공연단이 방문했다. 버밍햄 시장은 프랑크푸르트에 버금가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고, 이에 고무된 맨체스터, 에든버러 그리고 리즈 시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크리스마스 시장을 개설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국제적 개방성을 지향하고 있는데, 홈페이지는 영어로 시장을 홍보하는데 열심이며, 독일어 바이나흐츠마르크트(Weihnachtsmarkt) 대신에 영어인 크리스마스 마켓(Christmas market)이라고 기꺼이 부르고 있다.

3) 드레스덴 ‘슈트리쩰 시장’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2세의 특별 조치 덕분에 1434년 12월 23일 하루 동안 구도심에서 정육시장이 처음으로 열렸는데, 이 도시 크리스마스 시장의 기원이다. 드레스덴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슈트리쩰 시장(Striezelmarkt)이라고 불리는데, 슈트리쩰은 슈톨렌의 지역어이다. 이 도시에서는 1500년경부터 크리스마스 직전 일요일에 커다란 슈톨렌 시장이 열렸는데, 이로부터 시장의 이름이 유래한다. 16세기부터 인근 지역과 보헤미아 그리고 에르쯔게비르게(Erzgebirge) 지역 수공업자와 상인이 이 시장에서 물건을 팔기 시작하였는데, 1700년대부터는 시장의 개장 기간이 점차 늘어났고 판매하는 물건의 종류도 토기 그릇과 장난감 그리고 인형 등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드레스덴은 뉘른베르크, 프랑크푸르트와 함께 독일의 3대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드레스덴 슈트리쩰 시장 전경 ⓒ LH DD/Dittrich, Wikipedia

이차대전 전에 드레스덴은 유럽의 대표적인 예술도시였지만, 전쟁 중 크게 파괴되었고, 동독으로 편입되면서 어두운 시기가 시작되었다. 동독은 자국민에게 일상품을 배급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고 종교 활동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었다. 통독 후 드레스덴은 크리스마스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였는데, 서독의 다른 도시들이 이미 확고하게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옛 명성을 되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 구동독 지역에는 인구가 적고, 구매력도 낮은 데다 수공업 전통은 상당 부분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피라미드 모습 ⓒ LH DD/Dittrich, Wikipedia

작센의 주도인 드레스덴은 ‘엘베 강의 피렌체’(Elbflorenz)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바로크 건물이 많은데, 한 때 ‘엘베 계곡’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현재는 다리 건축 문제로 지정 취소된 상태이다). 궁전과 교회들 그리고 젬퍼오페라하우스(Semperoper)는 이 도시의 대표적인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을 가능케 한 기반시설이었다. 통독 후 드레스덴 시는 옛날의 ‘고급 예술’ 전통과 접목해서 크리스마스 시장을 활성화하고 있다. 드레스덴 십자가 소년합창단의 합창공연과 도시에 사는 250명의 예술가들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양한 공연을 하고 있다. 이런 예술 공연 이외에도 지역전통을 다시 되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1994년부터 거대한 슈톨렌을 굽고 이를 시장까지 나르는 행렬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이 슈톨렌을 잘라서 팔는데, 그 수익금은 자선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이 시장의 또 다른 특색은 약 15m의 6층짜리 크리스마스 피라미드인데, 1999년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또한, 예전에 경마가 벌어졌던 슈탈호프(Stallhof)에서는 중세 후기를 재연하는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데, 방문객은 이들 상점에서 다양한 중세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2013년 현재 약 250만 명의 방문객이 이 시장을 방문하고 있지만, 옛날 명성을 아직 완전히 되찾지는 못하고 있다.

4) 쾰른의 ‘크리스마스 시장’

쾰른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17세기에 처음으로 열렸는데, 그다지 중요하게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차대전 이후 주변 루르 공업지대에서 경제적 기적이 시작되었고, 철도와 고속도로의 요충지가 되면서 이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쾰른 돔 성당은 크리스마스 시장과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쾰른 시에는 7개의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리는데, 독일에서 가장 많은 400만 명이 이를 보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그리고 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세버스나 저가항공을 이용해서 방문하는데, 지역 전통과 현대적 문화가 어우러진 분위기는 또 다른 매력이다.

쾰른 돔 성당 크리스마스 시장 전경 ⓒSuperbass, Wikipedia

다른 도시의 크리스마스 시장과 달리 쾰른 크리스마스 시장은 역사와 전통이 약하기 때문에 새로운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로마의 최전방 식민지였던 쾰른은 로마 전통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뉘른베르크나 드레스덴 등은 독일 정체성이 강한 도시이다. 쾰른 돔 광장과 신시장(Neumarkt) 광장에서 열리는 시장들은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돔 시장이 돔의 역사적, 종교적 분위기를 이용하고 있지만, 신시장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붉은 뾰족지붕 집에 사는 천사와 요정의 나라이다. 쾰른 시장은 전반적으로 지역전통 문화의 순수성에 덜 집착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수공예품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유리공예품과 반지 그리고 장식품들을 상점에서 동시에 쉽게 볼 수 있다.

쾰른 사람들은 쾌활한 편인데, 시장에서도 이런 특색이 드러난다. 다른 시장에 비해 음식점의 숫자가 월등히 많은데, 독일이나 지역의 토속 음식만 주로 팔지는 않는다. 독일의 볼거리 100선에 쾰른의 초콜릿 박물관이 있는데, 시장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수제 과자와 사탕 그리고 초콜릿이 있다. 이들 과자와 초콜릿에는 인접한 벨기에의 영향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시장에서 인기 있는 음식 중의 하나는 크림과 체리가 잔뜩 올라간 벨기에 와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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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목각인형 ⓒblog.hellomime.eu

쾰른 글뤼바인 잔 ⓒwww.koelnerweihnachtsmarkt.com

쾰른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열리는 행사는 여러 문화가 뒤섞여있는 느낌인데, 한 번은 지역 향토음악을 노래하다가 다음에는 러시아 폴카 춤을 추는 식이다. 방문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와 각종 음식에서 나는 향기 그리고 붉은 뾰족지붕과 반짝이는 조명들이 어우러져서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쾰른은 개방성을 도시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데, 유럽에서 가장 큰 동성애자 축제들 중의 하나가 이미 1980년대부터 열리고 있었다. 기독교는 동성애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데, 쾰른 사람들은 2012년부터 동성애자 크리스마스 시장을 처음으로 개설하였다. 또한, 대림절 동안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시장도 개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 최고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한 끼 식사를 저렴하게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쾰른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그 외연을 현재적 시점에서 부단히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겨울 삶의 한 줄기 빛

크리스마스 시장은 선물교환을 통해 가족과 지역주민들을 이어주고, 다양한 지역상품의 제작과 판매를 활성화하여 지역경제를 돕고 있다 ⓒSabineCretella

독일 크리스마스 시장은 지역에 대한 향수를 만들고, 자극하고 일깨우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또한, 선물교환을 통해 가족과 지역 주민들 사이의 상호 연대와 교류가 강화되고, 자선과 나눔 활동은 기독교의 ‘본래’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문화적으로는 지역의 전통문화가 다시 주민의 기억 속에서 불려 나오고, 이것을 계승할 목적과 이유를 느끼게도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 시장은 로컬 푸드 운동을 넘어서서 다양한 지역상품의 제작과 소비를 활성화하고, 지역 순환경제가 역동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또한, 시장에서의 상품 상호 판매와 교류는 지역 간의 공존과 화합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는데, 각박한 신자유주의 질서 아래에서 이는 매력적인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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