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국내 최초 로봇 지휘자 데뷔한 에버6...인간 지휘자 대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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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로봇 지휘자 데뷔한 에버6...인간 지휘자 대체할까?

기사입력 2023.06.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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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열 지휘자(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습실에서 로봇 '에버 6'와 함께 국립관현악단을 지휘하는 모습./뉴스1
‘인간을 지휘하는 로봇’. 다소 발칙한 어감의 이 문장이 오는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실현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공연하는 ‘관현악시리즈IV 부재(不在)’를 통해서다. 상반신만 인간형인 로봇 ‘에버6′가 인간 지휘자 최수열과 함께 번갈아 국립관현악단을 지휘한다. 로봇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서는 국내 공연은 이번이 최초다. 해외에선 일본 아시모(2008년)·알터2(2018)와 알터3(2020), 스위스의 유미(2017) 등 다양한 로봇 지휘자가 앞서 데뷔했다.

이제 ‘지휘’도 로봇에게 정복당한 영역임을 알리는 시작일까. 26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에버6와 함께 기자들을 만난 최수열 지휘자는 “결국 로봇이 인간 지휘자를 대체하지 못 할 거라 본다. 이번 공연도 결국 인간 지휘자가 필요하긴 하구나를 느끼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공연의 출발점은 “박자만 정확히 센다고 지휘자 없는 연주가 가능할까”란 질문이었다고 한다. 무대 위 봉만 흔드는 ‘퍼포머’가 아닌 연주자들의 관계와 즉흥적인 감까지 조율하는 지휘자의 진짜 역할을 역설적이게도 그 자리를 꿰찬 로봇이 부각시켜줄 거란 기대감이 이 공연의 진짜 의도이다.

이를 위해 이번 공연은 로봇과 지휘자가 대결하듯 각자의 강점이 도드라지는 곡들을 번갈아 지휘하다 종내에는 같은 곡을 함께 이끌도록 꾸렸다. 협연곡 ‘감’은 특히 로봇과 인간의 합동 지휘를 위해 만들어진 신곡. 곡을 만든 손일훈 작곡가는 “12분 길이로 짠 이 곡의 형식을 오선지 악보 없이 오직 말로만 연주자, 지휘자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런 연주자들에게 최 지휘자는 명백히 인간의 영역인 ‘감’으로 즉흥 연주를 주문하고, 에버6는 정확한 빠르기로 총 30주기에 달하는 곡의 분기점들을 전달한다. 연주 중 세부 내용이 시시각각 변하고, 악보도 없는 곡이 로봇과 인간의 협연으로만 완벽해지는 것이다. 최 지휘자는 “에버6는 절대 박자를 타협하지 않고 중간에 실수가 나와도 연주를 멈추지 않을 만큼 냉정하다. 하지만 그 덕에 이 로봇을 중심으로 인간 지휘자와 연주자는 더욱 서로 눈치를 보고 끈끈하게 교감을 나누게 된다”고 했다.

이번 공연용 로봇 생산을 맡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 1년간 에버6에게 정예지 국립관현악단 보조 지휘자의 지휘봉 운동 속도, 궤적 등을 수차례 학습시켰다. 다만 26일 연습 현장의 기자들 앞에서 시연된 에버6의 움직임은 아직까진 ‘메트로놈의 뛰어난 진화’에 가까웠다. 가장 큰 약점은 ‘못 듣는다’는 것. 표정도 없다보니 아직까진 연주자와 교감을 나누지 못 하고 미리 입력된 지휘만 펼칠 수 있다.

최수열 지휘자는 특히 “에버6가 지휘봉을 휘두르거나 박자를 세는 비팅(beating) 동작 때 팔과 손목의 관절을 생각보다 더 인간처럼 섬세하게 써서 놀라웠지만 연주인들은 연습 때마다 자꾸만 로봇의 지휘 박자를 실제 박자보다 빠르게 느꼈다”고 했다. 나노 단위로 정해진 빠르기를 정확하게 맞추는 로봇의 박자가 “오히려 인간 고유의 연주 호흡을 자꾸 어긋나게 해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이번 공연의 악장을 맡은 여미순 국립극장 예술 감독은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길을 가보는게 예술의 영역이고, 무한한 상상력에서 무한한 창의성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분명 있다는 걸 관객들이 새로 경험하는 (공연)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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