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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양학선

기사입력 2013.08.0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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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린다는 양학선
▶올림픽 금메달, 하늘이 내리더라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과 금메달 기대주 양학선이 만났다. 첫 올림픽에 나서는 '스무살 후배' 양학선을 위해 '서른살 선배' 유승민이 멘토로 나섰다. 1년전 양학선의 첫 질문은 이랬다. "형, 진짜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내려요?"

1년 후 금메달을 딴 양학선에게 다시 물었다. 이제는 스스로 정답을 말할 수 있다. "금메달은 하늘이 내리더냐"는 질문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맞습니다. 하늘이 내립니다." 

생애 첫 올림픽 연습 포디움, 양학선은 고전했다. 도마도, 구름판도, 온통 핑크색인 포디움도 낯설었다. 2012년 8월 6일 런던 액셀아레나 남자체조 도마 결선 포디움, 1차 시기 '양학선(YANGHAKSEON, 손짚고 앞돌아 몸펴 앞공중돌며 3바퀴 비틀기)'을 시도했다. 착지 동작에서 한발이 크게 비껴나는 실수가 있었다. 점수가 평소보다 0.4점이나 덜 나왔다. 위기였다. 2차 시기 '로페즈(스카하라 트리플, 손짚고 옆돌아 뒤공중돌며 3바퀴 비틀기)'를 완벽하게 뛴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느낌이 편안했어요. 긴장도 안됐고, 누군가 내몸을 조정하는 느낌…, 달려갈 때도 도마를 짚을 때도 마치 깃털같았어요. 착지를 완벽하게 해본 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죠."

2차시기 '로페즈'를 소름끼치게 꽂았다. 현장 심판들이 극찬한, 클래스가 다른 '클린'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올림픽 무대에서 위기의 순간, 자신의 기술을 200% 해냈다. '강심장' 양학선은 약속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무 생각없이 몸이 먼저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느낌이었어요.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주는 것이 맞아요. 의문이 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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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직전 태릉에서 만났던 양학선. 1년 전의 그는 소년같이 앳된 모습이었다

▶런던 그후 1년, 변한 것

대한민국 남자체조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양학선에게 런던 금메달은?' "우리나이로 스물두살인데 12년 운동했으니… 금메달은 제 인생 절반의 '보상'이자 '행운'이죠."

양학선의 삶은 1년전과 180도 바뀌었다. '인생역전'이다. "인생이 바뀌었죠. 다른 메달리스트들에 비해 돈도 많이 벌었고,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 등 좋은 일도 하게 됐고, 연예인 나가는 프로그램에도 나가보고…." 후원사도 생겼고, 난생 처음 자동차 광고도 찍어봤다. 돈 관리는 부모님과 작은아버지에게 맡겼다. '학생' 양학선에게 당장 실감되는 변화는 금메달리스트 연금이다. "한달에 100만원씩 연금이 나오니까, 그 돈으로 휴대폰 요금 내고, 부모님 아이패드 할부금 내고, 맛있는 거 사먹고, 후배들 밥 사주고…. 완전 부자죠."

매월 나오는 태릉선수촌 훈련비 70만~80만원은 여전히 고창의 부모님앞으로 송금한다. 무엇보다 기쁜 건 '부모님께 집을 지어드리겠다'던 약속을 지킨 일이다. '효자' 양학선의 얘기가 알려진 후 아파트 선물과 후원금이 답지했지만, 부모님은 고창에 머물기를 고집했다. 비닐하우스 집 옆에 새집을 지어올렸다. 지난 겨울 설계도를 받아든 이후 설레는 마음으로 6개월 넘게 공을 들였다.

지난 7월 말 카잔유니버시아드 금메달 후 처음으로 새집을 찾았다. 1년전처럼 이번에도 '금의환향'이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좋은 집은 처음이었어요. 고급 원목으로 된 마루바닥을 만지는데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싱크대와 식탁 있는 집도 난생 처음이고요. 아버지가 집앞에 낚시를 할 수 있는 웅덩이도 만드셨어요. '테라스'라고 하나? 거기 의자에 앉아서 바람이 샥~ 불어오는데 야~정말 행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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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후 더 성숙해진 모습의 양학선

▶런던 그후 1년, 변치 않은 것

"요즘 생활이요? 운동하고 자고, 운동하고 자고… 똑같아요." 경제적으로 풍족해졌지만, 체조선수의 삶은 똑같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안다. 금메달 이후 후유증을 겪는 이들이 제법 있다. 무력감, 슬럼프도 경험한다. 갑작스런 스타덤에 소위 '어깨가 올라가는' 이들도 있다. 양학선은 한결같다. "어깨는 경기할 때, 자기 기술 쓸 때나 올라가는 거지, 평소에 쓰는 게 아니죠"라며 웃었다. "체조협회 전무님, 선생님들,  감독님, 코치님, 한체대 교수님 등 주변에 조언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라고 했다. "한충식 한체대 교수님은 언제나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할 일을 먼저 하라고 말씀하세요. 이제 그 말을 이해해요. 놀고 싶은 맘도 많죠. 그런데 지금 잠깐 잘됐다고 나중에 늙어서 잘된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선수로서 키워놓을 수 있는 정점, 최대치까지 한껏 끌어올려놔야 해요." 런던 금메달 이후 책임감, 부담감이 커졌다. 해야할 일도 더 많아졌다. "금메달 후 제게 도움 주신 분들도 많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이분들께 보답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수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일주일에 2번, 영어회화 개인레슨을 받고 있다. 믹스트존에서 외신기자들과 영어 인터뷰를 하는 것이 꿈이자 목표다. "누나(선생님)하고 공부할 때 답변은 웬만큼 하는데, 자꾸 울렁증이 생겨서…. 그래도 꼭 해야죠."

특유의 패기도 여전했다. 태릉선수촌에서 글로벌 체조 전문지 '짐내스트(Gymnast)'와 인터뷰를 가졌다. 세계선수권 남자단체 목표를 묻는 질문에 "3위"라고 거침없이 답했다. 런던올림픽 부진을 언급하자 씩씩하게 말했다. "꿈은 무조건 크게, 높게 가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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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로 만든 양학선의 새 집 (사진 : 경향신문 제공)

▶가족은 나의 힘

양학선에게 부모님과 형 학진씨는 가족 그 이상이다. 지독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단칸방 살림에도 주눅 든 적이 없다. "집이 아주 고지대 오르막이었거든요. 늘 걸어다녔는데, 매일매일 오르막을 오르다보니 하체운동이 절로 됐어요." 가난했지만 따뜻한 가족들은 언제나 큰힘이 됐다. 부모님은 아들을 자유롭고 강하게 키웠다. "엄마랑은 산에 자주 갔고, 아버지랑은 낚시를 자주 갔어요. 어딜 가도 늘 무거운 짐을 이고지고, 완전 고생여행이었어요." 체력도, 깡다구도, 자존심도, 승부욕도 모두 부모님의 유산이다. "지금도 배드민턴 치면 엄마를 못이겨요. 엄마는 절대 안 져줘요"라며 하하 웃었다.

중학교 3학년때 체조가 너무 힘들어 가출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죄송하고 눈물 나는 기억이다. "그때 엄마가 잡아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죠." 그날 이후 양학선은 달라졌다. "저는 그날 바닥을 경험했어요. 운동하기 싫어 집을 나갔는데 바깥은 너무 춥더라고요. 입을 옷도 없고, 엄마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났어요. 그 이후론 그만두고 싶은 생각 들 때마다, 더 열심히 하게 됐죠."

7월 카잔유니버시아드 금메달 직후 휴식 없이 태릉에 입촌했다. 국가대표선발전, 일본 전지훈련, 세계선수권… 무더운 날씨, 살인적인 일정속에 심신이 지쳤다. 고창에 내려가 아버지와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말수 적고 속깊은 아버지는 "좀 힘들더라도, 아들, 조금만 더 힘내보자"고 하셨다. "원래 그런 말씀하시는 분이 아닌데, 아버지는 제가 좀더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시는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죠." 가족은 양학선에게 '힐링'이다. "아무리 운동이 힘들고 마음이 흔들려도 부모님하고 이야기하면 다 풀려요. 세상 최고의 보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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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은 계속된다



'도마의 신' 양학선이 특별한 이유는 쉼없이 도전하고, 끝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광주체고 3학년이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여2' 기술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체대 1학년이던 2011년 도쿄세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신기술을 선보였다. 난도 7.4, 세상에 없던 신기술 '양학선'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예약된 금메달을 보란듯이 따냈다. 올림픽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신기술 계발을 시작했다. 2013년 초 스승 조성동 총감독의 은퇴선물로 '양학선2(가칭, 손집고 옆돌아 뒤공중 돌며 3바퀴반 비틀기)'를 내놨다. 공중에서 1080도를 도는 세계 유일의 청년이 이제 1260도를 돈다. 

8월 2~3일 태릉선수촌에서 펼쳐진 체조대표선발전, 양학선은 이틀 연속 신기술 연기에 실패했다. 1차시기 ‘양학선’ 기술은 완벽했다. 2차시기 ‘양학선2' 기술에서 손짚기 후 회전량이 모자란 탓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첫날 남은 종목을 '멘붕'상태로 치렀다. 개인종합 3위에 머물렀다. 둘째날 실패 후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양태영 체조대표팀 코치가 표정이 굳은 양학선을 향해 달려갔다. "학선아, 신경쓰지마, 알았어? 잊어야돼. 너, 절대 신경쓰지마."
양학선은 이를 악물고 집중력을 발휘했다. 개인종합 1위로 국가대표선발전을 통과했다. "저 지금 표정관리 하고 있지만, 속상해 죽을 것같아요." 첫 개인종합 1위의 기쁨보다 신기술 실패의 아쉬움이 컸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다. 두달 전 성공률 60~70%였던 신기술이 이날 실패한 이유를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유니버시아드를 위해 '양학선' '로페즈' 기술을 연마했다. 신기술 연습에 매진하지 못했다. 선발전 후 현장 지도자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공중동작은 완벽했다. 손짚기 타이밍도 좋았다. 회전량이 부족한 건 파워와 감만 되찾으면 된다. 한달반이면 시간은 충분하다."(여홍철 경희대 교수)

연습만이 답이다. 지도자들이 '비틀기' 하나는 타고났다고 평가하는 양학선은 사실 지독한 연습벌레다. "'비틀기'를 원래 굉장히 못했었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때 5시간 훈련한다 치면, 3시간을 도마에만 집중투자했어요. 결국은 연습량뿐이에요. 죽어라 하다보면 저절로 고쳐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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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자리는 늘 고독한 자리다.

▶실패도, 성공도 약이다

양학선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챔피언이자 세계선수권 도마 '디펜딩 챔피언'이다. 선수로서 목표를 묻자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금메달을 딴 모든 대회의 2연패!"

그 원대한 꿈의 시작이 9월말 벨기에 안트워프세계선수권이다. 이미 빅매치가 예고됐다. 한번도 마주친 적 없고, 풍문으로만 들었던 북한 에이스 리세광(27)과의 첫 만남이다. 남북 '도마의 신'이 격돌한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의 이름을 딴 독보적인 기술을 지녔다. 리세광의 기술은 도전적이고 파워풀하지만, 착지나 공중동작에서 실수가 잦다. 비틀기를 주무기로 한 양학선은 감점요인 적은 깔끔하고 섬세한 연기가 장점이다. 리세광의 스타트 점수가 높다. 1차시기 '양학선'(2013년부터 난도 6.4로 조정)은 '리세광(난도 6.4, 뒤로 몸굽혀 2바퀴 공중 돌며 1바퀴 비틀기)'과 같지만 2차시기 '로페즈(난도 6.0)'는 리세광의 '드라굴레스쿠 파이크(난도 6.4, 무릎 펴고 앞으로 몸접어 2바퀴 공중돌며 반바퀴 비틀기)'보다 0.4점 낮다. 양학선이 리세광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기존 기술에서 반바퀴를 더 도는 신기술을 장착한 이유다.

올림픽 챔피언이 된 이후 양학선은 정신적으로도 더 강해졌다. 포디움에서 러시아 에이스 등 경쟁자들의 경기를 똑바로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유니버시아드 포디움에서 야블라진을 봐도 떨리지 않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내 기술을 믿으니까요."

리세광과의 맞대결을 앞두고도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크다. "저도 잘하고, 리세광 선수도 잘했는데, 제가 진다면 어쩔 수 없죠. 부족한 것이 있다면, 더 노력하는 계기가 되겠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출전한 모든 국내외 대회 도마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저도 가끔 무서워요.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언젠가 내려와야 한단 것도 알아요." 이 선수가 무서운 이유는 바닥과 정상을 모두 경험했다는 점이다. 모진 시련을 딛고 세계정상에 우뚝 선 소년이 담담하게 말했다.

"실패도 성공도 다 약이에요. 이기든, 지든 약이 돼요. 뭘 하든 약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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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끊임없이 달리고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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