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1/30 운동 목회자들이 이웃들에게 호떡과 떡볶이, 어묵을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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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운동 목회자들이 이웃들에게 호떡과 떡볶이, 어묵을 나눠주고 있다

기사입력 2012.01.1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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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 운동 목회자들이 이웃들에게 호떡과 떡볶이, 어묵을 나눠주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몸소 실천한 ‘섬김’은 아무런 대가 없이 남을 위해 묵묵하게 자신을 희생하는 그런 헌신이었다. 이러한 헌신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아쉬운 요즘, 겨울의 추위를 잊게 할 훈훈한 섬김과 나눔의 현장을 찾았다.

“한 달 중 하루의 수입을 사회에 환원하자”

오전 10시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광장의 한 모퉁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 손에 종이컵 하나씩을 받아 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떡볶이 그리고 따뜻한 어묵과 국물이 담겨 있었다.

추운 겨울날 거리의 사람들에게 맛있는 행복을 선물해 주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1/30 운동’ 모임의 목회자들이었다. 이들은 직접 만든 호떡과 떡볶이 그리고 어묵을 오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고 있었다.

1/30 운동은 한 달(30일) 중 하루의 수입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의 운동이다. 이 모임의 목회자들은 매달 하루씩 공장이나 건설 현장을 찾아가 일하고 번 임금을 모아 1년에 한 두 차례씩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영섭 목사(마을안교회)는 “이 모임을 만들게 된 건 바쁜 목회 활동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목회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을 성찰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몇 년 전 직업소개소를 통해 시화공단을 찾아가 일한 돈을 선교헌금으로 낸 적이 있는데, 그 때 느낌이 참 남달랐다”며 “노동의 수고, 그리고 그 대가를 어려운 이웃과 나눔으로써 목회자인 나 자신을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최영섭 목사(오른쪽)와 총무 박홍길 목사가 호떡을 굽고 있다.

현장 섭외 등 어려움 많지만 감사와 보람 커

3년 전 5명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현재 13명의 목회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인천 남동공단 내에 있는 공장들을 비롯해 다양한 건설 현장을 찾아다니며 일했다.

최 목사는 “여러 노동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이웃을, 사회를 섬긴다는 게 무엇인지 몸소 깨닫게 됐다”며 “얻은 것이 훨씬 많지만, 일을 하고 나면 며칠씩 몸살을 앓는 경우도 많아 처음엔 많이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할 장소를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인이나 교회 성도들을 통해 크리스천 기업을 섭외하려고 하면 ‘목사님이 어떻게 우리 회사에서 일을 하실 수 있냐’며 조심스러워해 사양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반 기업에서도 목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 때문에 거절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 목사는 “힘들게 일해서 번 임금을 모아 이렇게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날이면 감사함과 보람을 함께 느낀다”며 “목사의 신분이나 교회의 이름을 밝히지도 않고 예수 믿으라는 말도 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웃들이 아무런 거리감 없이 순수하게 우리의 마음을 받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1년여 전부터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김현수 목사(꿈이있는교회)는 “참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미숙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런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이웃 분들이 따뜻하게 격려해 주실 때 힘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특히 이날은 호떡과 어묵이 인기가 많았다.

외부 도움 없이 순수 노동으로 섬겨

아무런 대가 없이 예수님의 섬김을 실천하려는 목사들의 진심이 전달됐는지, 호떡과 떡볶이 그리고 어묵을 손에 든 사람들의 표정은 따뜻하고 밝아 보였다.

효성동에 사는 윤민자 할머니(68)는 “목사님들이 이렇게 추운데 고생하시는 걸 보니 안쓰럽기도 하면서 한편 고맙고 감사하다”며 “이런 목사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이곳을 자주 지나친다는 권순호(73) 할아버지는 “목사님들이 이렇게 길거리에 나와서 음식을 나눠주는 건 처음 본다”며 “종교는 없지만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즐거워서 좋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맞은편에서 무료급식 행사를 진행한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지사 자원봉사자 몇 명이 행사를 마치고 이곳을 찾았다.

자원봉사자 신중백 장로(선린감리교회)는 “좋은 일 하시는 것 같아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후원금을 좀 드리려고 했는데 정중히 사양하셨다”며 “정말 대단하신 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1/30 운동은 외부의 도움이나 후원을 일체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순수하게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이웃을 돕는다는 모임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다.

최 목사는 “1/30 운동의 취지를 한국교회와 공유하고 싶다”며 “보다 많은 목회자들이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방안을 구상 중이다. 여러 선후배 목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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