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항생제 안듣는 내성균 잡는 박테리오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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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안듣는 내성균 잡는 박테리오파지

기사입력 2016.01.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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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콘트라펙트와 프랑스 페레사이데스가 잇따라 바이러스로 항생제 내성균을 잡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미국 엠플리파이 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바이러스 치료제의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항생제 내성균의 천적으로 부상한 바이러스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란 종류다. 1896년 영국의 세균학자 어니스트 핸킨이 인도에서 처음 발견했다. 1917년 프랑스 미생물학자 펠릭스 데렐이 그리스어로 '박테리아를 먹는다'는 뜻에서 지금의 이름을 붙였다.

박테리오파지가 병원균을 죽이는 과정은 이렇다. 이 바이러스는 병원균에 달라붙은 다음 표면에 구멍을 내고 자신의 유전자를 안으로 집어넣는다. 삽입된 유전자는 병원균의 복제 효소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복제한다. 병원균 안에 가득 찬 바이러스들은 세포막을 찢고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세포막에 구멍이 난 병원균은 죽는다.

박테리오파지는 발견 직후부터 치료제로 각광을 받았다. 1920~1930년대 이질과 패혈증 등 다양한 세균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이용됐다. 하지만 1940년대 페니실린 항생제가 널리 쓰이면서 점점 잊혔다.

박테리오파지 치료제가 부활한 것은 항생제의 오·남용 때문이다. 사람뿐 아니라 가축에게도 항생제가 무차별적으로 쓰이면서 배설물 등을 통해 자연으로 항생제가 퍼졌다. 그러자 박테리아는 항생제를 이겨내는 능력을 진화시켰다.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등 항생제 내성균들은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로 퍼졌다.

과학자들은 동유럽에서 항생제 내성균을 막을 무기를 찾았다. 서구에서는 잊혔지만, 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옛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박테리오파지 치료제가 쓰였다. 과학자들은 동유럽이 축적한 경험에 현대 과학이 밝혀낸 지식을 합쳐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박테리오파지가 항생제 내성균에 대적할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병원균만 골라 잡고 내성도 막아

항생제는 병원균을 잡다가 몸에 이로운 장내 세균마저 죽이는 것이 단점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저마다 감염되는 세균이 따로 있어 이런 문제가 없다. 내성이 생길 우려도 없다.

2011년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과학자들은 "박테리오파지가 수십억 년 동안 세균에 기생하면서 같이 진화했기 때문에 병원균이 방어 무기를 만드는 순간, 박테리오파지가 바로 대책을 내놓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의 인트라라이틱스는 2008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당뇨 합병증인 족부 궤양을 박테리오파지로 치료하는 임상1상 시험을 진행해 안전성을 입증했다.

새로운 치료법도 개발됐다. 과거에는 환자의 몸이나 자연에서 채집한 바이러스를 그대로 치료제로 썼다. 1977년 박테리오파지의 유전자가 모두 해독되면서 이제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합성할 수 있다. 과거엔 여러 바이러스를 모아 쓰는 칵테일 요법이 쓰였다. 지금은 여러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합쳐 하나의 치료용 합성 바이러스를 만든다. 미국의 엔바이틱스와 신세틱 지노믹스가 합성 박테리오파지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균을 죽이는 무기만 따로 뽑아서 쓰기도 한다. 박테리아파지가 세균의 몸 안에서 증식한 다음 밖으로 나올 때는 '리신'이라는 효소로 세균의 세포막을 녹여 구멍을 낸다.

국내 바이오벤처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는 이 리신으로 항생제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을 치료하는 임상 1단계 시험을 마치고 2단계 시험을 허가받았다. 미국 콘트라펙트도 지난해 4월 리신을 이용한 임상 1단계 시험을 시작했다. 여드름 치료와 폐렴 진단에도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바야흐로 병원균에 대한 바이러스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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