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달러가 빠져나가는 신흥국 패닉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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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빠져나가는 신흥국 패닉상태

기사입력 2014.10.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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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가 빠져나가는 신흥국 패닉상태

미국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에 비해 강해지는 ‘수퍼 달러’ 시대가 환율 전쟁의 구도를 바꿔놓고 있다. 과거 환율 전쟁 땐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낮추는데 혈안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로 내수가 얼어붙자 수출에서 경기 회복의 활로를 뚫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 결과적으로 미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자 일본·유럽에 이어 중국도 돈 풀기로 맞불을 놨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방향을 틀었다. 달러 강세를 용인하기 시작했다. 3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유로화 등 6개 주요 통화를 기준으로 산정)는 지난 12주 동안 8.2% 상승했다. 2010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109.76으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유로화와 비교해서도 1유로당 1.25달러로 2012년8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이 달러 강세를 내버려두고 있는 건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에서다.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달러가치를 떨어뜨려야 할 필요가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살아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마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강세는 미국 제조업 부흥과 수출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수입물가를 떨어뜨려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미국 입장에선 수출 촉진보다는 물가 안정이 더 급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재닛 옐런 의장이 초저금리 정책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경기회복세가 꺾이지 않는 한 달러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데 미국과 달리 일본과 유럽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엔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3%(전년 동기 대비)로 2009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음에도 일본과 유럽이 양적완화의 고삐를 죄기는커녕 더 늦추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화가 약세로 돌아선 건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겐 ‘하늘이 준 선물’과 다름없다고 했다. 드라기 총재는 2일 열린 10월 통화정책회의 후 “이번 양적 완화 정책은 상당한 규모로 최소 2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도 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전체적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 엔화 약세를 용인했다.

 수퍼 달러와 엔화·유로화 약세 사이에서 신흥국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신흥국에선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인도·대만·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등 7개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 외국인은 14억3000만 달러(약 1조5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8.1%)와 브라질(7.6%) 증시가 급락하는 등 15개 주요 신흥국 대부분의 주가가 떨어졌다. 국내 증시도 지난달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4영업일 간 주가가 2.0%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 공세 때문이었다.

 신흥국 입장에선 ‘달러 엑소더스’를 막자면 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달러 강세에 맞서 자국 통화가치도 높이는 전략이다. 금리를 올리면 한계선상의 가계·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아 내수시장을 위축시킬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내수시장 위축은 수출 확대로 상쇄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달러화와 달리 엔화와 유로화가 약세라는데 있다. 여기다 중국도 위안화 약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일본·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수출기업으로선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이달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국내 경기부양을 위해선 금리를 한 차례 더 낮춰야 한다. 그러나 이는 자칫 원화 약세를 부채질해 외국인 매도 공세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당분간 위태로운 줄타기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정책의 유연성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상 논의가 아직은 본격화하지 않고 있는 만큼 당장은 국내 경기부양에 전력투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달러 강세는 나쁘지 않지만, 엔화와 위안화 약세는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한국은행은 이자율을 더 공격적으로 내려야 하며, 양적완화도 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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