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학교 밖 아이들 28만 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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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 아이들 28만 명 시대

기사입력 2013.08.0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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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밖 아이들 28만 명 시대

초1~고3 713만명 중 685만명만 파악… 나머지 28만명은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라졌다.

초1부터 고3까지 학령기 어린이와 청소년은 총 713만명이다(2012년 기준·1994~2005년생).

행방이 정확하게 파악되는 아이는 685만명에 그쳤다. 국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672만여명, 특수학교·방송통신고·직업훈련기관·대안학교 같은 곳에 다니는 아이와 장기 입원 중인 아이가 8만여명, 조기 유학생이 3만여명, 소년원·소년교도소에 수감됐거나 보호관찰 중인 아이가 2만여명이다.

나머지 28만명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국가 통계에도 잡히지 않았다. 학령기 인구의 4%가 학교 밖을 맴돌고 있지만,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가는 전혀 파악도 관리도 하고 있지 않단 얘기다. 취재팀이 국회 김세연 의원(새누리당) 및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교육부·통계청·여성가족부·고용부·법무부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다.

28만명은 지금 학령기인 아이들만 따진 수치다. 배울 기회를 놓친 채 이미 성인기에 접어든 아이들까지 합치면 숫자는 훨씬 커진다. 28만명 중에는 분명히 학교는 떠났지만 홈스쿨링을 하거나 사설 학원에 다니며 충실하게 앞날을 다지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아니면 집 안에 틀어박힌 채 '은둔형 외톨이'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을 총괄한 윤 선임연구위원이 말했다.

교육부는 "우리나라는 연간 1% 미만이 학업을 중단하기 때문에,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라 해도 한 해 7만명이고 그중에서 늦게라도 학교에 돌아오는 아이들은 절반이 채 안 된다. 현장 활동가들은 "올해 그만둔 아이뿐 아니라 작년, 재작년에 그만둔 아이들까지 누적치로 헤아려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수없이 주장해왔다. 학업 중단은 이제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이번 분석을 지원한 김세연 의원은 "학교 밖을 맴도는 28만명을 방치하면 그 아이들 개개인의 미래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면서 "그들이 배울 때를 놓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무관심한 선생님들
교내에서 담배 피워도 방관, 70일 무단결석해도 안 찾아… 자퇴냐 전학이냐 선택하래요
-교실엔 무서운 애들
사육사 되려고 농고 갔는데 우르르 몰려다니는 아이들… 걔들이 절 죽일 것 같았어요
-하지만 나만의 꿈이
가수의 꿈, 담임은 이해 못해… 하루에 6~8시간 연습해요, 지금은 정말 행복합니다
28만명. 국가가 잃어버린 아이들이다.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 있지 않다. 그런데 학교는 물론 나라가 운영하는 그 어떤 ‘시설’에도 이들은 없다. 따라서 통계에도 안 잡힌다. 전체 학령기 인구(초1~고3)의 4%가 학교 밖으로 튕겨나간 것이다.

이들은 크게 세 집단이다. ①음식점·주유소·노래방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 ②집에 틀어박힌 아이들 ③나름대로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는 아이들이다. ③번 집단은 안타깝지만 소수(少數)다.

유순덕 경기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자기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연하나마 ‘계획’을 가진 아이는 10명 중 2~3명뿐이에요.” 그들도 막상 학교 밖에 나오면 갈팡질팡하다가 주저앉기 일쑤다. 아이들의 육성(肉聲)을 전한다.


◇"학교? 가봤자 할 일이 없어요"

"중1 때 관뒀어요. 원래 공부를 잘 못했죠. 중학교 가니까 확 어려워지더라고요. 별로 좋은 학교도 아니었어요. 애들이 쉬는 시간에 운동장 스탠드에서 담배 피워요. 주민들이 스탠드 내려다보고 전화하면 선생님들이 '그냥 놔두라'고 해요. 저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피웠어요. 그래도 중1 때는 바짝 잡아요. 툭하면 단속하고 벌점 매겨요. 학교 가봤자 할 일도 없고 귀찮기만 했어요. 70일쯤 무단결석했어요. 선생님이 안 찾느냐고요? 안 찾던데요. 친구 엄마는 한 번 전화했어요. 자기 애랑 놀지 말라고. 길 가다 선생님과 마주친 적이 있어요. '이리 와 봐' 하길래 '싫어요' 했더니 그냥 자기 가던 길 갔어요. 출석 일수 하루 남았을 때 학교에서 불렀어요. '어쩔 거냐?' 묻길래 '안 다닐래요' 했더니 '알겠다'. 그게 끝. 여섯 살 때 아빠(45·막노동)한테 맞아서 입원했어요. 엄마(47·공장 생산직)가 잠깐 가출했을 때인데, 아빠가 저 데리고 찾아다니다가 제가 자꾸 뭐 사달라니까 열 받았나 봐요. 오토바이 훔치다 몇 번 걸렸어요. 지금까지 훔친 거요? 다 합치면 한 30대 정도. 아빠가 '기다려줄 테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라'고 했어요. 때리진 않고요. 엄마는 울죠. 경찰서 와서도 울고, 제가 화장품 사줬을 때도 울고. '면허 따면 사줄 테니까 훔치지 말라'고 했어요. 비슷한 애들 20~30명과 밤마다 놀이터에서 놀아요. 몇 명은 소년원 갔어요. 오토바이 몰다 죽은 형도 2명 있고요."(이원영·가명·15·2011년 자퇴

◇"미래? 우선 배달 좀 하다가…"

"오토바이 훔치고 편의점 털고…. 폭행·특수절도로 한 4번 걸렸어요. 작년 10월(당시 A공고 1학년) 사고 좀 쳤어요. 선생님이 대뜸 '자퇴하든가 전학 가라'는 거예요. '○ 같아서 자퇴한다'고 그 자리에서 자퇴서 썼어요. 지금 제일 필요한 거요? 고등학교 졸업장이죠. 그래도 학교는 진짜 아니었어요. 입학식 날 선배들이 신입생을 막 때렸어요. '신입빵'이죠. 미래? 별로 생각 안 해봤어요. 우선 배달 좀 하다가 내년쯤 방송통신고 갈까 해요. 좋은 선생님도 있긴 있었죠. 초등 3학년 때 주의력결핍장애(ADHD)로 약을 먹었어요. '정신병자'라고 놀리는 애를 때려줬어요. 학교에선 보통 때린 애랑 놀린 애 중에 때린 애만 혼내요. 그런데 담임이 '약점을 놀린 게 더 나쁘다'면서 걔한테 부모님 모셔오라고 했어요. 그 선생님은 지금도 생각나요."(박진성·가명·17·2012년 자퇴)

◇"'알아서 학원 다니라'던데요"

"중학교 때 부반장도 하고 성적도 상위권이었어요. 하지만 몸도 약하고 생리통이 너무 심했어요.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겁이 났는데, 가보니 정말 모든 게 입시 위주였어요. 전원이 무조건 오전 7시 40분까지 와서 밤 10시까지 '야자(야간자율학습)' 해야 된대요. 그런다고 진짜 입시를 열심히 도와주는 것도 아니었어요. 국어 선생님이 첫 수업 때 '수시랑 수능이랑 따로 준비해야 하는 거 알지?' 했어요. 자기는 그냥 교과서대로 진도 나갈 테니 알아서 학원 다니란 얘기죠. 숨이 막혔어요. 뭐든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저 말고 다른 애들도 없을걸요. 누가 조금만 잘못해도 사정없이 험담을 해요. 다 경쟁자니까. 자퇴서 내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위(胃)에 구멍이 났네. 한 2년 됐겠는데, 어떻게 버텼니?' 했어요."(김영아·가명·16·올 3월 자퇴)

◇"교실에 무서운 애들이 득실대요"


	학교를 그만둘 때 누구와 상담했나?
"초등학교 때 뚱뚱했어요(155㎝· 70㎏). 친했던 애가 노는 애들이랑 어울려 다니더니 제 험담을 했어요. 중학교 가니까 우르르 몰려다니는 애가 더 많았어요. 걔들이 거인처럼 커보였어요. 저 같은 개미를 심심풀이로 밟아 죽일 것 같았어요. 동물을 좋아해서 사육사 되려고 농고에 갔어요. 첫날부터 기겁했어요. 무서운 애들이 중학교 때는 한 반에 3분의 1쯤 됐는데 여긴 그런 애들 천지였어요. 집에 와서 계속 울었어요. 엄마(43·골프장 직원)가 먼저 '자퇴하라'고 권했어요. 그래도 괜찮다고, 사는 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자퇴할 때 선생님이 딱 한마디 했어요. '뭐 너는 꿈이 확실하니까.' 어차피 남이고 다시 안 볼 사람이니까 아무 느낌 없었어요."(정희선·가명·16·올해 3월 고1 자퇴)

◇"나는 남들과 꿈이 달라요"

"전 음악하고 싶어요. 솔직히 공부 쪽은 아니에요. 원래 공고 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인문계 갔어요. 고1 겨울방학 때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R&B 하고 싶어요. 실력을 닦아서 오디션 프로그램도 나가고요. 잘 가르치는 선생님 수소문해서 피아노와 보컬을 배우다 고2에 올라갔어요. 근데 담임이 완고했어요. '너만 야자 빼줄 수 없어. 음악 학원 다닌다지만 그 시간에 진짜 뭘 할지 어떻게 아느냐?' 아빠(60)가 택시 몰다가 5년 전 교통사고로 목 아래가 마비됐어요. 공동 병실에 누워있어요. 아빠한테 자퇴하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너도 나처럼 힘들게 산다'고 했어요. 가슴 아프죠. 그래도 제 생각이 달라지진 않았어요. 요새 하루 6~8시간 연습해요. 그때 정말 행복해요."(박성언·가명·17·올해 5월 자퇴)

책임 안 지려는 교사, 아이 문제 생기면 혼내고 벌점부터 매겨
학교도 경찰도 눈총만 줘… "애를 잘못 키웠으니 그렇지, 쯧쯧"
밤새 고민하며 자퇴 결정했는데… 학교선 1분만에 자퇴 처리

"전학 가세요."

담임의 한마디에 영우 엄마(가명·57)는 왈칵 눈물이 났다. 바로 꿇어앉았다. 딸뻘 되는 담임은 슬리퍼를 신었다. 그 발을 보며 싹싹 빌었다. "선생님, 기회를 주세요." 2010년 충북 A중 교무실. 한 아이가 디카로 담임 치마 속을 찍었다. 영우가 그걸 돌려보다 걸렸다. 영우는 다른 학교로 떠났다.

학교 밖으로 사라진 아이 28만명. 그들 뒤에는 아이보다 더 속 타는 엄마·아빠가 있다. 학교도 경찰도 친척도 "자식 잘못 키웠다"고 눈총만 주지, "어떻게 해보라"고 도와주지 않는다. 애가 잘 크면 과로도 박봉도 참을 수 있다. 자식이 학교 밖으로 뛰쳐나간 부모는 '왜 사나' 막막하다. 부모들의 육성(肉聲)을 전한다.

"아들이 깡패가 될 것 같아요"

영우 엄마는 6년 전 이혼했다. 이혼 전에는 동네 상가에서 테이블 9개짜리 불고깃집을 했다. 남편이 모든 수입을 혼자 틀어쥐고 주식을 했다. 왕창 날린 뒤 툭하면 주먹을 휘둘렀다. 영우 엄마는 쉼터로 피했다. 9개월간 머물며 이혼 수속을 밟고 아이들을 데려왔다. 다시 만났을 때 영우는 표정이 어둡고 행동이 거칠었다.

"제가 쉼터에 있는 동안 학교가 끝나도 아빠가 무서워 집에 못 들어가고 큰누나(28)가 퇴근할 때까지 동네를 빙빙 돌았대요." 그때부터 계속 말썽을 부렸다. 동영상 사건 때 담임은 싸늘했다. "영우 넌 지금 진심으로 반성하는 게 아니야."


	학교를 그만둔 이유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
전학 가서 다행히 푸근한 담임을 만났다.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다. 그런데 다시 일이 꼬였다. 야자(야간자율학습)가 문제였다. 마음을 잡았다고 영우가 갑자기 우등생이 된 건 아니다. 공부가 지겨워 의자에 파묻혀 졸았다. 선생님에게 혼났다. 욱해서 땡땡이쳤다.

학교에서 "퇴학당하기 전에 차라리 자퇴하라"고 했다. 영우 엄마는 속이 탔다. "명문대 바라지 않아요. 졸업만 시켜주세요. 야자만 좀 빼주시면 안 되나요?" 학교는 완강했다. "영우만 빼줄 순 없어요."

영우는 피자·치킨·중국 음식 배달을 전전한다. 엄마에게 "인터넷 강의로 검정고시 보겠다"고 했지만 아직 교재에 손도 안 댔다. 영우 엄마는 몸이 아파 허리엔 복대, 팔꿈치엔 아대를 매고 일을 나간다. "영우 같은 아이가 하나뿐이 아닐 텐데, 왜 모두 야자를 해야 하나요? 학교에선 야단만 치고 벌점만 줘요. 제가 죽으면 아들이 깡패가 될까 봐 겁나요."

"밥도 자기 방에서 혼자"

수도권 신도시에 사는 정호(가명·16)는 작년 3월 아버지에게 야단맞고 집을 뛰쳐나갔다. 거리를 헤매다 수퍼에 들어갔다. 주인이 "도둑질한다"고 경찰을 불렀다. 훔친 물건이 없어 그냥 풀려났다. 하지만 정호는 그날부터 자기 방에 틀어박혔다. 중학교 3학년 1학기였다.

정호 엄마(42)가 "아들 마음에 '인정받지 못한다'는 절망감이 쌓인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정호는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나 컴퓨터를 들여다본다. 엄마가 밥을 차리면 자기 방에 가져다 혼자 먹는다. 학교 다닐 때 정호는 반에서 25~30등을 오갔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기 초만 되면 담임이 "정호 때문에 힘들다"고 전화했다. 그때마다 아들을 야단쳤다. 그걸 지금 후회한다. "억지로 끌고 가면 남들만큼 하겠거니 했어요. 그런 나날이 상처가 됐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어요."

"자퇴 절차 밟는 데 1분도 안 걸려"

올 4월 자퇴한 인수(가명·16). 그 집 엄마(44)도 수시로 담임 전화를 받았다. "나중엔 학교 번호만 떠도 노이로제가 왔어요." 아이를 이러저러하게 키워보라고 정보를 주는 전화가 아니었다. 아이와 부모를 몰아세우는 전화였다. 자퇴 결심을 하기 전, 인수 엄마는 며칠간 잠을 설쳤다. 교사는 심드렁했다. "여기 사인하시고, 이 서류 읽어보시고…." 인수 엄마가 학교에 가보니 애들이 전부 엎드려 잤다. 그래도 교장은 "우리 학교에서 서울대 ○명 갔다"고 했다. 자퇴 절차를 밟는 데 걸린 시간은 1분이 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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