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휴가의 모델 빌게이츠의 생각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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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의 모델 빌게이츠의 생각주간

기사입력 2013.07.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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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의 모델 빌게이츠의 생각주간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에겐 1년에 두 번 아주 특별한 휴가가 있었다. `생각주간(Think Week)`이란 이름까지 붙어 있던 휴가 동안 게이츠 전 회장은 태평양 연안의 인적이 드문 산장에 머물렀다. 2층짜리 소박한 산장에는 식사를 챙겨 주는 관리인 외에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다. TV도 라디오도 없었고 통신수단 자체도 없었다. 그는 일주일씩 1년에 두 번 산장에 머물며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하며 보고서를 읽었다. 많을 때는 일주일간 100건 이상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생각을 했고 이 시기에 MS를 키운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게이츠 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생각주간이 창의력의 원천"이었다며 이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휴가는 빌 게이츠 생각주간의 효과처럼 개인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업무에 대한 몰입도도 높여준다. "잘 쉬는 것이 창의력과 경쟁력을 높여준다"며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각종 제도를 만들고 기간을 늘리는 것도 이런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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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3년 대한민국의 휴가 현실은 초라하다. 휴가일수도 턱없이 부족한 데다 `쉼`이나 `여유`보다는 `일` 또는 `효율`에 맞춰진 사회 분위기가 며칠 쉬는 것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직급이 올라가고 임원이 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국내 대형 전자업체에서 올해 전무 승진 대상이 되는 하택경 씨(54ㆍ가명)는 "휴가를 가도 하루이틀 정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씨는 "`임원은 임시직원`이란 말처럼 뭐 하나 하더라도 눈치를 보게 된다"며 "아마 직원들처럼 휴가 가겠다고 하면 위에선 `더 이상 일하기 싫은가 보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안전행정부의 국가공무원 연가 사용 현황에 따르면 직급이 올라갈수록 법정연가일은 늘어나는 반면 실제 사용일은 줄어든다. 법정연가일은 6급 이하 19.3일, 5급 20.2일, 4급 21.2일, 3급 이상 21.3일로 꾸준히 늘지만 실제 사용일은 반대로 3급 이상 3.4일, 4급 5.2일, 5급 6.1일, 6급 이하 6.7일 순으로 늘었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못 쓰니 아랫사람들의 휴가 사용은 더 제한적이다. 중소 금융사의 한 임원은 " 나는 못 가지만 아랫사람들이라도 쉬게 해줘야 한다는 건 잘 안다"면서도 "막상 휴가 간다고 하면 `이것 봐라`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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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익스피디아에서 지난해 국가별로 실시한 조사에서 `상사 눈치 보느라 휴가 못 간다`는 질문에 한국인은 59%가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미국(27%)ㆍ캐나다(28%)ㆍ영국(27%)의 그렇다 응답률의 두 배 수준이었다.

휴가는 짧아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한국인의 휴가를 괴롭게 만들고 있다. 은행원 지경선 씨(43ㆍ가명)는 오는 27일 초등학교 4학년 아들 진혁이와 함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 간다. 앙코르와트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발단은 진혁이네 반 친구가 앙코르와트에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지씨는 휴가에서마저도 누구에게 지지 않으려는 경쟁의식이 발동했다. 휴가문화를 바꾸는 것은 한국사회 전반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노동 시간을 늘리는 만큼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는 `저성장 단계`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근로시간을 줄이고, 그 줄어든 시간만큼 일자리를 나누고, 또 늘어난 여유만큼 소비를 늘리는 것은 단순히 여름 휴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선 휴가 기간을 늘리고 유연화해서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차 직장인의 연차휴가 부여일수는 15일로 스웨덴(33일) 독일(30일)의 절반 수준이었다. 게다가 실제는 더 짧아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자료에서 한국인의 평균 여름휴가 기간은 2박3일이었다.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업 휴가 사용 실태에 대한 적극적인 감독과 탄력적인 휴가 사용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기업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각종 휴가제도 등이 더 확산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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