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일본시장을 활짝 연 한류 삼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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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시장을 활짝 연 한류 삼총사

기사입력 2013.06.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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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시장을 활짝 연 한류 삼총사


요즘 日本人'갤럭시S4'로'라인' 하며'빅뱅'에 빠지다
韓流 3총사의 칭기스칸 전략… 폐쇄적이던 日시장, 門 활짝 열었다

갤럭시S4, 불굴의 의지
日개척에 올인해오다 최대 통신사 NTT의 勢 빌리는 '손자병법 전략' 가미해 꿈 이뤄

라인, 극도의 실리주의
한국産인 것 철저히 숨겨, 일본인 5000만명이 이용

빅뱅, 독창 융합전략
귀여움·남성성 혼합된 일본에 없는 독창적 카리스마, 日투어 1번에 매출 1000억원
"정말 끔찍했습니다."

지난 2009년 현대자동차가 일본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할 때 일본 현지법인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당시 일본 진출 8년째였지만 폐쇄적 유통 구조, 한국 차는 절대 사주지 않는 차가운 소비자 인식, 전략 부재가 합쳐져 결국 철수하고 말았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700만대를 판 현대차그룹이지만, 일본에 진출해 철수하기까지 8년간 판매한 차는 1만5000대에 불과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상품은 김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열등하게 보는 일본 기성세대 편견을 넘는다는 것, 세상에서 제일 까다롭다는 일본 소비자를 만족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도전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2013년. 몇 가지 결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난공불락' 일본 시장을 뚫는 3대 신종 병기(兵器)가 떠오른 것이다. 갤럭시S4, 라인(LINE), 빅뱅이 그것이다. 이 3개 상품의 특징은 일본 시장에 맞췄다기보다 오히려 일본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제품들은 기존의 '메이드 인 코리아' 일본 공략 방식과 궤를 달리한다. 한류(韓流) 붐과도 상관 없고, 특이한 외국 제품이니 한번 써봐 달라는 식의 '응석'은 털끝만큼도 없다. 오직 실력만으로 일본 주류(主流)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도쿄에서 열린 NTT도코모의 스마트폰 여름 신상품 발표회장. 가토 가오루 사장은 "올해 NTT가 자신 있게 권해 드리는 투 톱(Two Top) 추천 상품"이라면서 상의(上衣) 주머니에서 삼성 갤럭시S4와 소니 엑스페리아 A(에이스)를 꺼내 두 손에 들어 보였다. 더 놀라운 것은 NTT가 이날 함께 발표한 다른 신제품 10여개를 제쳐놓고, 이 두 모델에만 자사 판촉비를 집중해 싼 가격에 대량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도코모의 주력 상품으로 발탁됐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이 정가의 5분의 1도 안 되는 1만5000엔(약 17만원)에 갤럭시S4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정가와 판매가와의 차이는 NTT도코모가 보조금을 쏟아부어 충당한다. 구 모델인 갤럭시S3와 비교해서도 3분의 1 가격이기 때문에 물건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발매 당일 매장에 깐 4만대가 소진된 데 이어 5월 넷째주 일본 전체 휴대폰 판매 순위에서 소니 엑스페리아 A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소니 엑스페리아 A는 갤럭시 S3보다 1주일 전에 시장에 나온 데다 소비자가격(보조금 포함)이 5000엔이라는 저가(低價) 메리트에 힘입어 1위를 차지했다. 갤럭시S4는 가카쿠닷컴 등 일본 내 제품 비교 사이트에서 스마트폰 구입 상담 질문 건수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린다.

NTT도코모의 쓰보우치 가즈토 부사장은 일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올해 NTT의 휴대전화 예상 판매 대수는 2000만대인데 이 가운데 절반을 투톱(엑스페리아A·갤럭시S4)이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갤럭시S4가 투톱 물량의 절반만 팔아도 500만대에 이른다. 작년 일본에서 갤럭시 시리즈의 전체 판매량은 250만대였다.


	빅뱅콘서트의 일본팬들

그런가 하면 NHN이 일본에서 시작한 메신저 서비스 '라인(Line)'은 현재 일본 가입자가 5000만명에 달해 일본의 카카오톡이 돼 버렸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90% 이상이 라인을 쓴다. 주식회사 라인(NHN재팬에서 지난 4월 분리)의 1~3월 매출은 58억엔(약 650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라인에 묶어 놓을 경우 잠재적인 수익 창출력은 엄청나다.

라인은 특히 게임 분야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라인을 통해 메신저와 무료 통화를 주고받다 보니 라인을 통해 제공되는 모바일 게임을 쉽게 즐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라인이 제공하는 게임이 일본 모바일 게임 인기 순위에 대거 진입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일본 구글 앱스토어의 인기 게임 순위 10위권에 라인 윈드러너(2위)를 비롯해 6개가 라인 관련 게임이었다. 같은 기간 일본 아이폰의 앱 순위에서도 10위권 내에 라인 관련 게임 3개가 진입했다.

또 아이돌그룹 빅뱅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오는 11월부터 일본 6개 돔구장을 도는 '빅뱅 재팬 돔 투어 2013'을 시작하는데, 15회 공연에 72만1000명이 관람할 예정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해외 아티스트의 일본 관객 동원 최대 기록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빅뱅은 한류 붐 카테고리를 이미 벗어났다"면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버전 3.0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1.0'이라 할 수 있는 동방신기·슈퍼주니어는 겨울연가부터 형성됐던 기존 한류팬을 상대로 마케팅이 됐고, '아이돌 2.0'인 카라나 소녀시대가 'AKB48' 외에 이렇다 할 히트 상품이 없는 일본 걸 그룹의 대안으로 인기를 모았다면, 빅뱅은 K 팝이나 한류가 아니라 월드 뮤직, 일본 스탠더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본 시장을 뚫는 3대 신종 병기(兵器)에 손자병법의 '기정(奇正) 전략'과 '세(勢) 전략' 의 핵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한다.

기정 전략이란 경쟁자도 알고 나도 아는 정공법인 정(正)으로 맞서되, 남은 모르고 나만 아는 것, 즉 상대가 기이하게 여길 수 있는 포인트(奇)로 결판 짓는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일본은 정이 90% 이상이고, 한국은 기가 60% 이상이기 때문에, 한국이 정을 갖춘 상태에서 본래 강점인 기를 충분히 살린다면 일본이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세 전략이란 세를 타지 못하면 1의 힘은 어디까지나 1에 불과하지만, 세를 잘 타면 2나 3, 심지어 100의 힘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 자체를 키우는 것을 '모세(謀勢)'라 하며, 상대의 힘을 빌리는 것을 '차세(借勢)'라 한다. 모세와 차세를 통해 키운 힘을 사용하는 것은 '용세(用勢)'이다.

①삼성전자의 '세(勢)' 전략


	[Weekly BIZ] [Cover Story] 난공불락 日 主流시장 뚫은 '한류 3총사'

삼성전자와 NTT도코모의 제휴는 삼성전자의 제품력 다시 말해 '모세'가 밑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양사가 서로 세력을 빌리려는 '차세'의 의도가 없었다면 제휴가 성사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삼성 입장에서 아무리 모세를 통해 갤럭시S4라는 좋은 상품을 준비했더라도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의 힘을 빌리지 못하면 판매 확대를 자신할 수 없었을 것이다. NTT로서도 아이폰을 주력 모델로 쓰는 소프트방크에 계속 밀리면서 강력한 대항마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삼성의 제품력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결국 지난 4월 중순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도쿄의 한 고급 음식점에서 NTT도코모 가토 사장을 만나 'NTT에 갤럭시 S4를 독점 공급하되 NTT의 주력 상품으로 보조금 혜택을 독차지한다'는 합의에 이르게 된다. 만일 갤럭시S4 판매가 폭발하면 삼성은 많이 팔아 좋고, NTT는 가입자가 늘어 좋으니 '용세'에 최종적으로 성공하는 셈이 된다.

②라인의 '칭기즈칸' 전략

쌍용자동차 이재완(전 현대차 상품·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3대 신종 병기의 공통점으로 칭기즈칸 전략을 꼽았다. 칭기즈칸이 세계를 제패하는 데 사용했던 독창 전략과 융합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며, 거기에 칭기즈칸의 철저한 실리주의, 목표를 향한 불굴의 의지가 세 가지 상품에 전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세(勢)가 약했던 초기 칭기즈칸은 적장(敵將)에게 아내를 2년간 빼앗겼다 찾아온다. 아내는 배가 불러 있었다. 칭기즈칸은 아무 말 없이 아이를 낳고 장자(長子)로 인정했으며, 이후 낳은 친아들들의 반발로부터 장자를 철저히 보호한다. 당시 자신의 힘이 없었음을 탓했을 뿐, 아내와 장자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NHN 역시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칭기즈칸 전략처럼 극도의 실리주의를 표방했다. NHN은 라인이 한국 상품이라는 것을 철저히 숨긴다. NHN재팬의 일본 직원들이 개발해 전 세계로 보급하는 일본발(發) 상품이라는 것을 일본 홍보 조직을 통해 의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톡을 벤치마킹해 한국보다 스마트폰 보급이 한발 늦었던 일본 시장을 침투했다는 스토리는 일본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NHN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 4월 라인의 개발·서비스 부서를 NHN재팬에서 독립시켜 한국색을 완전히 빼버렸다.

야즈마 사토시 일본 라인 사업실장은 기자와 통화하며 "일본인들에게 라인은 한국 상품이라는 인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마치 야후닷컴이나 아마존닷컴이 미국에서 들어왔지만, 일본인들이 미국산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 이상이라는 것이다.

일본 게임 업계는 라인의 급성장을 두려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라인이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최대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 때문이다. 라인의 모회사 NHN의 게임 부문인 한게임 곽대현 팀장은 "사용자가 게임에 쓰는 시간을 1초라도 늘리는 게 게임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데, 일본 사용자들이 라인을 통해 메신저를 주고받다 보니 라인을 통해 제공되는 게임도 자연스레 즐기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 모바일 게임 순위에서 라인이 제공하는 게임이 인기 순위에 대거 진입하게 된 이유다. 삼성증권 박재석 애널리스트는 작년 630억원에 그쳤던 라인의 매출이 올해 3800억원, 내년 6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다. 디엔에이(DeNA)와 그리(GREE)라는 양대 모바일·소셜 게임 플랫폼이 버티고 있으며, 크고 작은 수천여 게임 개발사의 격전장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YRI)에 따르면 일본 소셜 게임 시장 규모는 올해 4300억엔(약 4조8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일본 규슈 후쿠오카 야후재팬 돔에서 펼쳐진 빅뱅 콘서트 장면
지난해 말 일본 규슈 후쿠오카 야후재팬 돔에서 펼쳐진 빅뱅 콘서트 장면. 와타나베 요시미 YG재팬 사장은“빅뱅이 일본에서도 S급(최상급) 아티스트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철저한 독자성 추구’라고 생각한다”며“음악성·댄스·비쥬얼(패션)·캐릭터 등 모든 면에서 일본에 빅뱅과 같은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YG엔터테인먼트 제공

③빅뱅의 '독창 융합전략'

시토 치히로(23·여)씨는 작년 도쿄의 한 대학을 졸업한 뒤 일본 대기업에 다니는 새내기 직장인.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한국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다. 이메일 주소에도 지드래곤 이름을 사용하며, 빅뱅 공연은 빠짐없이 보러 간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한류 팬이 아니며, 지드래곤을 좋아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동방신기나 소녀시대가 잘 짜인 기성복 같은 느낌이라면, 빅뱅은 자유분방한 부티크 제품이다. 음악 평론가 김작가씨는 "빅뱅은 '기획'이라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에서 뛰쳐나온 첫 아이돌 스타로 기록될 것"이라며 "각자의 개성이 살아나는 활동과 창작을 통해 음악과 멤버, 멤버와 대중이 예전보다 훨씬 달라붙게 하는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달리, 대중은 빅뱅에게서 그룹 이름이나 기획사에 눌리고 조종당하는 인형의 느낌을 받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일본 팬들이 이런 빅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문화의 수용 단계로 따지면 한 단계 높은 단계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빅뱅은 칭기즈칸의 '독창·융합' 전략 면에서도 발군이다. 우선 가창력, 음악성, 퍼포먼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함, 귀여움과 남성성이 혼합된 카리스마 등에서 일본 아티스트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독창성을 갖고 있다. 또 최고의 볼거리를 선사하기 위해 최고라면 무엇이든 끌어들인다. 빅뱅 공연을 위해 레이디 가가 월드투어 총감독을 스카우트해 빅뱅 월드투어 공연 감독을 맡기고, 밴드나 무대 감독도 전 세계 최고 수준을 찾아 그들의 힘을 융합한다.

YG엔터테인먼트 최성준 사업기획본부장(COO)은 "일본에서 입장료 수익은 1인당 평균 1만엔이고, 공연장 상품 판매 수익도 다른 해외 지역보다 높은 편"이라며 "빅뱅은 올 연말 단 한 차례 일본 투어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만 1000억원이 넘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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