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도여행하는 여성은 성희롱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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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하는 여성은 성희롱 조심해야

기사입력 2013.03.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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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여행하는 여성은 성희롱 조심해야

대학생인 주히 논디(20)는 매일 기차를 타고 학교를 오간다. 교과서가 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 스키니진에 티셔츠를 맵시있게 걸쳐입었으며, 손톱은 길고 뾰족하게 다듬은 모습이다.

논디는 핑크색 손톱이 “멋내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자기 방어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캘커타 외곽 도시인 이곳 바라삿에서도 통학길에 당하는 공격적인 성희롱은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어느날 아침엔 한 남자가 가슴을 움켜쥔 적도 있고, 어떤 날엔 누군가가 엉덩이를 잡은 적도 있다. 친구들 중엔 치한의 눈에 뿌린다며 칠리파우더를 가지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논디는 “집에 30분만 늦게 가도 부모님은 안절부절 못하신다”고 말한다.

바라삿은 쇼핑몰과 KFC 매장 등이 들어서 있으며 직장에 다니는 여성 수가 증가하고 있는 전형적인 인도 경제의 성공스토리다. 하지만 다른 식으로도 전형적인 인도 도시인데, 바로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 일상화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뉴델리 버스 집단성폭행 사건으로 인도 내 만연한 성폭력 실상이 세계 만방에 알려졌다. (피해 여성은 너무나도 잔인하게 집단강간과 폭행을 당한 나머지 결국 사망했다.) 그 사건으로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났으며, 경중을 막론하고 모든 종류의 성희롱에 대한 자기 성찰 바람이 불었다. 스토킹이나 여성의 몸을 더듬는 행위는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보다 강도높은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바라삿에서 20명 이상의 여성들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하나같이 반복적인 성희롱 피해사례를 토로했다. 남자들은 걸어서든 스쿠터를 타고든 여자들을 따라다니며 노골적인 언사를 날리며 가슴을 가린 여성의 스카프를 잡곤한다. 기차역에서도, 시장에서도, 대학교 가는 길에서도, 경찰서 앞에서도 이런 일은 예외없이 벌어진다.

인터뷰한 여성들은 경찰이 이런 일을 보고도 막으려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기자가 한 지역경찰에게 그 이유를 묻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우리 같은 경찰도 필요없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한 고위급 바라삿 경찰관은 경찰이 접수되는 모든 불만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경찰측은 성희롱 불만이나 체포, 유죄판결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성들은 여럿이 무리지어 다니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안전핀이나 주머니칼 등 무기가 될 만한 날카로운 물건을 지니고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심각한 폭력사건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2011년 초 22살 누나를 보호하려다 16살 남동생이 칼에 찔려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누나인 린쿠 다스는 콜센터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평소처럼 남동생은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누나를 마중나왔고 둘은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때 세 명의 남자가 자전거를 가로막고는 린쿠에게 술을 뿌렸으며, 이를 저지하려던 남동생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남동생이 대나무 지팡이로 구타를 당하자 린쿠는 근처에 있는 고위급 경찰의 방갈로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밖을 지키고 있던 보초들은 도와줄 수 없다고 딱 잘랐다. “길 한가운데서 도와달라고 소리소리 질렀지만 소용없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 칼리얀 바네르지는 보초들이 규정상 방갈로를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피의자 세 명은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으며, 현재 구류 중이다.

사건 이후 경찰은 순찰을 강화하고, 거리에 사복경찰을 더 배치했으며, 바라삿 정부대학 맞은편에 여성경찰서를 새로 열었다고 말한다. 18명의 여성경관들이 성희롱이 특히 잦은 지역을 순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뿌리는 깊다. 아들보다 딸을 경시하는 문화가 성비 불균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인도는 남성의 수가 여성의 수보다 3,700만 명이나 많다.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선별 유산과 영아살해가 빈번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망률도 높다. 연구에 따르면 평생동안 편견과 무시에 시달리는 탓이기도 하고 출산시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 경제 성장의 부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몇십년전만해도 바라삿은 인구는 몇천명 밖에 안되는 먼지투성이 흙길 마을이었다. 하지만 이젠 캘커타 외곽의 발전한 도시로 아파트 단지들과 ‘포춘 타운십’ 같은 이름의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주를 이룬다. 인구는 25만명을 넘어섰다.

남녀 할 것 없이 경제 성장의 혜택을 입었지만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매우 보수적이다. 컨설팅업체 존스랭라살 임원인 마양크 삭세나는 “여러 세대동안 남자들은 여자가 힘을 가진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그래서 질투심과 부러움이 솟구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만큼 충분한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남자들은 월 100달러 정도를 버는 식료품행상이나 인력거꾼, 운전기사나 노동자 등의 일거리를 전전한다. 그런 자신들 주위에 대학에 진학하고 콜센터에 취직하는 젊은 신여성들이 점점더 많아지는 것이다.

뉴델리 사건 이후 인도 정부가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젊은 남성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이미 존재하던 성폭력 문화와 합쳐져”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인도 정부는 이달 각종 성희롱과 폭행을 단속하기 위한 임시 조례를 제정했다. 일례로 “상대가 원치 않거나 명백한 성적 교섭”은 최대 징역 5년형의 처벌을 받으며, “성희롱 발언”은 징역 1년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례는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할 경우 몇 주안에 만료된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아니마 사르카(23)는 지난해 세 명의 바라삿 남성들과 마주친 경험을 얘기했다. 여자친구 세 명과 함께 기차역에 가기 위해 학교에서 몇백야드 떨어진 길을 걷고 있었는데 남자들이 성희롱적인 언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 남자는 “여자는, 말하자면 물건이지. 너 꽤 괜찮은 물건인데”라고 치근댔다.

아니마는 “넌 집에 여자형제나 어머니도 안 계시느냐?”고 꾸짖었다.

남자들과 아니마 일행 사이에 충돌이 일었고, 남자 한 명이 아니마의 스카프와 손을 잡았다. 아니마는 그의 뺨을 쳤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끼어들어 남자 중 한 명인 타판 센을 끌고 경찰서로 갔다. 나중에 경찰은 나머지 두 명, 민투 사르카(아니마 사르카와 관계없음)와 라주 비스와스도 체포했다.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남자들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아직 아무 혐의도 적용받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남자들은 그날밤 쇼핑하러 나섰다가 아니마 일행과 마주쳤을 뿐이며 성희롱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별명이 ‘마스터’인 네번째 남자가 아니마에게 그랬다는 것이었다.

중학교 졸업 후 자동차수리점에서 일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뒀다는 시간제 운전수 센(23)은 한달에 75달러를 번다.

사르카(34)는 문과 창문틀을 만드는 가게를 운영한다. “맨손으로 일군 사업”이라는 그는 아직 미혼에 부모님, 형제 두 명 부부와 함께 살며, 고졸이다.

고아인 비스와스(23)는 아내와 3살난 딸이 있고, 학교 교육은 받아본 적이 없다. 사르카의 가게에서 계약직 노동일로 한달에 150달러 정도를 번다.

남자들이 말하는 네번째 남자인 ‘마스터’는 중년의 시간제 교사로 가게에 종종 와 시간을 때우는 사람이다. “음란한 눈초리로 지나가는 여자들을 쳐다보곤 한다”는 것이 비스와르의 증언이다.

비스와스에 따르면 ‘마스터’는 그날밤에도 그들과 함께였다. 아니마를 공격한 후 갑자기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려 자신들이 곤경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마스터’가 누군지 알지 못하며 당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후 아니마의 이웃들은 아니마 부모에게 딸이 뭔가 잘못했을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날의 공격이 아니마 잘못이라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아니마를 수주일동안 외출금지시켰고, 덕분에 수학과 과학 과외일도 잃었다.

부친은 과일행상일을 하며 네 명의 식구가 월 100달러로 살아간다는 아니마는 법대에 갈 생각이지만 바라삿에서는 아니다. “친구들과 나는 졸업하면 여기서 도망치는 게 낫다고 본다.”

경찰은 “여성의 정숙함을 모욕”할 의도가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다. “새 조례가 나오기 전엔 그것이 여성 희롱 문제에 부과할 수 있는 유일한 죄목이었다.”

이 죄를 범했을 경우 최대 징역 2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마헤쉬와르 바네르지 바라삿 지방검사는 자신이 근무를 시작한 2011년 10월 이후 한번도 실제로 처벌받은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가문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거나 흠있는 결혼상대자로 비칠까 두려워 법정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성쪽 가족은 고소하기를 원치 않는 편이다.”

여성들이 가장 빈번한 성희롱이 이루어진다고 지적하는 장소는 번잡한 장터와 기차역 근처 교차로, 마을 중심부 등이다. 기차역에서 난 차선 하나는 지역법원 앞을 지나가고, 다른 차선 하나는 경찰서에서 시작되어 시장과 야채가게들을 지나 지역 행정치안장관 사무실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자전거 인력거와 보석가게를 찾는 쇼핑객, 카페, 스낵행상들로 가득하다. 남자들은 대학교로 가는 차 가판대에 모여든다.

대학교 뒤는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도박을 즐기는 불법술집들로 유명한 골목이다. 바라삿에 있는 경찰관 수는 인구 1,030명당 한 명꼴(인도 평균치)로 미국의 390명당 한 명, 뉴욕시의 236명당 한 명과 대조적이다.

경찰 중에는 곤경에 처한 여성을 보호하기보다 성희롱 행위를 중단시키지 못했다고 처벌받는 것을 더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고 인터뷰에 참여한 몇몇 여성들은 증언했다.

슈미 쿤두(22)는 지난달 경찰관 두 명과 마주친 적이 있는데 자신들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듯 보였다고 말한다. 당시 슈미는 기차 플랫폼의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경찰들이 다가와 다른 데로 가라고 요구했다.

“가지 않으면 내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자신들이 책임을 져야 할 거라고 걱정했다.”

기차역 플랫폼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바라삿 철도경찰대의 A.K. 사르카는 경관들이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무슨 일이 발생하면 즉시 가서 개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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