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피의 숙청이 가져올 북한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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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숙청이 가져올 북한의 앞날은

기사입력 2012.12.0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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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의 숙청이 가져올 북한의 앞날은

춘추전국시대 월(越)나라 왕 구천(勾踐)을 도와 오(吳)나라와의 결전에서 승리를 거둔 재상 범려는 “큰 명예를 짊어지고 오래 살기는 어렵다”며 사직서를 냈다. 그러자 왕 구천이 "고생이 끝났으니 이제 함께 영화를 누리자"며 범려를 붙들었다.

그러나 범려는 동료 문종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편지에서 그는 "새 사냥이 끝나면 활과 화살은 소용이 없어지고, 쫓던 토끼를 잡아 죽이고 나면 도와주던 사냥개를 삶아먹게 된다“는 역사에 회자되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을 남겼다.

권력을 잡기위해 철저히 이용만 하다 권력을 움켜쥐고 나면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쳐버리는 정치적 숙청을 말할 때 역사는 흔히 ‘토사구팽’이란 표현을 쓴다. 숙청이란 원래 공산독재국가의 폭군이 권력투쟁수단으로 자주 이용하는 전근대적 야만행위다. 독재자들이 권력을 잡기위해 철저하게 이용만 하다가 권력을 취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내쳐버리는 통치술의 일환이다.

김정은이 권력 전면으로 나선 이후 북한이 유혈 숙청극이 일상화된 공포지옥으로 전변되고 있다. 3대 세습으로 권력을 꿰찬 김정은은 2009년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당과 군, 정부 고위간부들로부터 복종과 충성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피의 숙청극을 벌이며 공포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지지난달 23일 윤상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화된 2010년 9월 이후 지금까지 2년 동안에만 숙청·해임된 북한 고위인사가 31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자신의 권력 장악에 걸림돌이 되는 고위간부들과 실적이 부진하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고위인사들을 비리나 소극적인 업무태도 등의 이유를 달아 숙청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2010년 9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김철만과 리을설, 리하일, 조명록 등 4명을 해임시켰다. 2011년 1월에는 류 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을 간첩죄 혐의로 총살했다. 3월에는 주상성 인민보안부장을 비리 혐의로 해임시켰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리태남 내각 부총리를, 6월에는 박수길 내각 부총리 겸 재정상과 홍석형 당 중앙위 경제담당 비서를 부정부패 혐의로 해임시켰다.

올 들어서는 김정일 장례기간 당과 정부, 군 간부들의 행적을 조사한 후 지난 1월 김철 인민무력부 부부장을 ‘음주·유흥’ 죄목으로 총살했다. 이어서 주영식 자강도 당위원회 책임비서와 리광곤 중앙은행 총재, 오응창 황해남도 인민위원장, 허택 전력공업상, 김봉철 상업상, 라동희 육해운상, 안동춘 문화상 등 7명을 잇달아 해임시켰다.

지난 7월 16일에는 군부가 운영하던 외화벌이 회사들을 내각으로 이전하는 등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전격 해임했다. 이어서 로배권 황해남도 당위원회 책임비서와 리자방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리경식 농업상 등 6명을 추가로 해임시켰다.

김정은의 숙청극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북한군의 실세인 리영호 총참모장의 해임이다. 리영호는 금년 들어 김정은의 공개 활동에 32차례나 수행했다. 김정일 장례식 때에는 운구차를 호위한 ‘8인방’중 한 명으로 김정은과 함께 맨 앞줄에 섰었다. 지난 7월 8일 김일성 사망 18주기 때는 금수산 태양궁전을 김정은과 함께 참배도 했다. 그런 최고 실세인 리영호가 공개 활동 8일 만에 모든 직책에서 전격적으로 해임됐다.

김정일은 2010년 9월 아들 김정은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리영호를 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리영호는 김정은 세습 과정에서 군부 내 후견인 노릇을 한 핵심 실세였다. 그런 리영호를 김정일이 죽은 지 7개월 만에 숙청해버렸으니, 우리는 여기에서 토사구팽의 전형을 본다.

김정은은 앞으로도 자신의 취약한 권력기반을 강화해가기 위해 끊임없이 숙청의 칼날을 갈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숙청극을 벌이면 벌일수록 그의 목을 노리며 ‘칼을 가는 사람’들의 수도 그만큼 늘어갈 것이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당과 정부, 군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이 이뤄지면서 일부 간부들이 “우리 자식들이 복수의 기회를 기다릴 것”이라며 김정은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어디 그뿐인가. 극심한 식량난과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민심이 김정은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간부층들의 불만이 가세하면서 북한 내부의 불안정 요소가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김정은은 지금 스스로 내부의 적을 키우고 있다. 이들 세력이 어느 땐가 김정은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다. 결국 김정은 체제는 외부의 압력이나 위협으로 붕괴되는 게 아니라 내부 폭발에 의한 자체모순으로 파멸할 것이다. 김정은과 그 일당은 이점을 명심하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

북풍한설과 함께 평양에 휘몰아치고 있는 피의 숙청극에 눈을 돌려야 할 사람들은 남쪽에도 있다. 종북주의자들이다. 얼마 전 TV조선의 시사토크 ‘판'에 출연한 KAL기 폭파범 김현희 씨는 이렇게 말했다. “종북주의자들은 50년대 남로당처럼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숙청당할 것이다.”

6·25전쟁을 전후해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 등 해방 공간의 지식인 상당수가 스스로 월북했다. 막연하게 사회주의를 동경해온 그들은 북한이 남한보다는 나을 것이란 생각에서 월북했다. 그러나 북한에 가보고서야 그들은 속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김일성이 벌인 권력 투쟁극에 휘몰려 그들은 대부분 숙청되고 말았다.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체를 처절하게 경험한 뒤 그들은 그렇게 갔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기습 남침한 북한군은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이른바 친미·친일·우익세력 등을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그러고 나서 혁명의 주력군이라며 치켜세웠던 하층민도 죽였다. 머슴은 악덕 지주의 앞잡이로, 노동자는 자본가의 하수인으로, 하급노동자는 지식계급의 주구이자 무산대중 착취에 앞장선 반동이라는 이유로 죽였다.

공산주의 독재자들은 피의 숙청으로 권력을 잡고 정권을 다져나간다. 숙청의 귀재 스탈린은 군인 750만, 민간인 1,500만 명을 희생시켰다고 역사학자들은 기록하고 있다. 중국을 공산화한 모택동도 피의 숙청으로 자그마치 1,000만 명을 죽였다.

1975년부터 1979년까지 4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했던 크메르 루즈는 1,000만 인구 중 250만 명을 오직 배웠다는 이유 하나로 죽였다. 1975년 월남이 월맹의 수중에 떨어지자 109만 명의 보트피풀이 바다에 수장되거나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탈출도 못한 월남국민들 중 100만 명 이상은 숙청되거나 공산주의 재교육장에 끌려가 죽어갔다.

프랑스 역사학자 11명이 공동집필하는 ‘공산주의 흑서’라는 잡지는 지난 75년 동안 공산주의에 희생된 사람이 1억 명이 넘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들은 북한편에서 지난 50년 동안 공산체제로 인해 희생된 사람이 200만에서 300만 명 이상에 달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땅의 종북주의자들은 어찌하여 그러한 북한을 불나비처럼 죽기 살기로 좇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행여 북한이 자신들에게 무슨 은전이라도 베풀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그러한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북한으로 넘어가보라. 처음엔 영웅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가치가 없어지면 이내 토사구팽 당하고 말 것이다. 북한에게 있어 종북주의자들을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일시적 동맹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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