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문제아 학생들과 함께15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문제아 학생들과 함께15년

기사입력 2012.11.24 21: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 문제아 학생들과 함께15년
'문제아' 학생들과 함께 15년… 그 아이들 교회 기둥으로 성장
"교회를 가장 교회답게 한 건 교인 숫자가 아닌 헌신이죠"

"중3 때, 죽어버리겠다고 결심한 날이었어요. 장애가 있는 어머니, 술만 취하면 잠도 안 재우고 학교도 안 보내는 아버지…. 꿈도 없고 미래도 없고, 모든 게 싫었어요. 그때 목사님이 전화하셨어요. 내일이 추수감사절이라고. 어서 와서 교회 꾸미는 걸 도와달라고."

양은영(29)씨는 15년 전 그날을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충북 청주 용암동 복지관 지하 교회, 그날 14세 소녀 은영이는 밤새 종이를 오리고 붙였다. 소녀는 죽음을 생각하는 대신, 목사 부부와 함께 콧등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도록 가위질 풀칠을 하며 교회를 꾸몄다. 옆에서 그 얘기를 듣던 '꿈이있는교회' 반기성(50) 담임목사와 부인 김선희(50)씨가 덩달아 목이 멘다.
꿈이있는교회는 1997년 청주 용암동 복지관 지하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을 보살피며 시작, 지금은 교인 400명 규모의 중견교회로 성장한 '기적의 교회'다. 가정과 학교에서 늘 '문제아' '천덕꾸러기'였던 아이들은 반 목사 부부와 함께 울고 웃으며 건강한 어른으로 자랐다. 옛날의 '문제아'들은 지금 이 교회의 '기둥'이다.

시작부터 교회는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목사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탁구를 하고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반 목사는 "초대교회 같은 공동체를 꿈꾸며 청주에 정착했는데, 처음 자리 잡은 곳이 저소득층 아이들로 북적이는 복지관 지하였다"며 "헌금 낼 돈도 없는 아이들 데리고 무슨 목회냐며 비웃는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장애가 있거나 결손 가정인 경우가 대부분. 집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많을 땐 23명이 교회에서 함께 먹고 잤다. 반 목사는 "경찰서·오락실·술집을 쫓아다니며 아이들 붙잡아오고 뒤치다꺼리하기 바빴던 때"라고 기억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 갖게 된 아이들의 신앙은 뜨거웠다. 2000년, 교회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그나마 복지관도 비워줘야 했다. 그 대신에 창문도 없는 고구마창고를 빌렸다. 반 목사는 "쉽게 뜨거워졌다 쉽게 식는 아이들에게 '섬기는 기쁨'을 알려주려고 장애인 시설에 정기 봉사를 나갔었다"고 했다. 동네 노인을 한 명씩 맡아 씻겨주는 목욕 봉사도 시작했다. 처음 사랑받는 경험을 하고, 또 처음 남을 돕는 경험을 하면서, 문제아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복지관 교회부터 반 목사 부부를 따랐던 이석재(31)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동네 형들과 어울려 술집을 드나든 말썽꾼이었다"고 했다. "목사님은 그런 저와 친구들을 자식 대하듯 한결같이 돌봐주셨지요. 그 진심을 보게 되면서 서서히 제 마음도 움직였던 것 같아요." 석재씨는 지금 이 교회의 회계담당 집사다.

사실 끝내 마음을 잡지 못하고 떠난 아이는 더 많다. 오토바이 사고로 크게 다친 아이, 직업 없이 떠도는 아이의 소문을 들을 때마다 반 목사 부부는 죄인이 된 기분이다.

부인 김선희씨는 "술만 취하면 '자주 못 찾아봬 미안하다'며 전화하는 아이도 있다"며 "그나마 아예 소식이 끊어진 것보다는 나은 경우"라고 했다.

교회는 자리를 옮기며 "보기 드문 청년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소문이 났다. 2006년에는 '제자훈련 모델 교회'로 선정돼 사랑의교회 고(故) 옥한흠 목사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400명 교인 중 20명 안팎이 복지관 교회부터 함께해온 청년들이다. 반 목사는 최근 그동안의 이야기를 모아 책 '내일을 키우는 교회'(국제제자훈련원)로 펴냈다.

그는 "제가 아이들을 돌본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이들이 제게 한 영혼 한 영혼을 붙들고 보살피는 헌신을 가르쳤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쓸모없는 아이는 없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있을 뿐이지요."

<저작권자ⓒ서울복지뉴스 & 777sky.net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정기구독신청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