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뮤지컬 ‘위키드’ 5월 국내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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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5월 국내 상륙

기사입력 2012.02.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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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위키드’ 5월 국내 상륙
시계 장치는 거대한 암호 덩어리다. 객석과 무대 경계지점 프로시니엄 아치 꼭대기의 타임 드래건이 마법의 시간 속으로 관객들을 끌고간다. 빗자루로 허공을 가르는 초록마녀 엘파바, 버블머신으로 비눗방울 세상을 만드는 착한마녀 글린다처럼 등장인물은 마녀이거나 마법사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친구이거나 가족이거나 대충 넷 중 하나다.

 태엽 장치로 만들어진 타임드래건은 일종의 '가짜 신탁'이다. 무대 위엔 사이즈와 형태를 달리하는 톱니바퀴나 나사같은 시계 부속물들이 나뒹군다. 무대 뒤 벽면 거대한 원형 벽시계는 아득한 시간 여행을 위한 통로다.

현란한 시계 세트 뒤엔 선(善)으로 위장한 오즈 마법사의 음모가 숨겨져 있다. 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였던 초록마녀 엘파바가 이 난공불락의 권력에 맞서 정의를 좇는 주인공 '위키드(wickid)'다. 뒷말에 '위치(witch·마녀)'를 빼먹은 뮤지컬 제목은 어찌 보면 강한 역설이다. 과연 누가 위키드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선은 진짜 선일까. '위키드'가 추구하는 재미는 이런 전복과 뒤집기에 있다. 이것을 가능케하는 것은 또 우정이다. 젊은 여성들의 자매애까지 오묘하게 녹아있는 뮤지컬이다.

 7일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그랜드시어터에서 본 뮤지컬 '위키드'는 어른들을 매료시킬 만한 초록빛 판타지 무대 그자체였다.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국 캐머런 매킨토시의 4대 뮤지컬 이후 마땅한 맹주가 없었던 뮤지컬 시장에서 나홀로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 '위키드'다. 지난 2003년 10월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9년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고 전 세계적으로 매출 25억달러(약 3조원), 3000만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마법 이야기로 뮤지컬 관객을 이같이 빨아들이고 있으니 흥행 대작 트렌드가 바뀐다고 해야 할까. 이 '위키드'가 오는 5월 말 국내 상륙한다.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은 기발함이 무기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캔자스의 회오리바람과 함께 오즈로 날아온 도로시의 집에 깔려죽은 동쪽마녀의 실체 뒤에 거대한 이야기 산맥이 있다. 도로시가 물동이를 뒤집어씌워 없애버린 서쪽의 나쁜 마녀 엘파바는 신념에 찬 의리의 마녀였고, 도로시의 미션을 완수케 도와준 착한마녀 글린다는 과거 심각한 공주병 환자였다는 설정에 '윽' 소리가 날 것이다. 끝까지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가 비난과 편견, 질시 속에 살았던 초록마녀라는 사실에 담긴 의미도 곱씹어볼 만하다. 두뇌 없는 허수아비, 용기 없는 사자, 심장 없는 양철인간 의 탄생 비화도 쏠쏠한 재미를 안긴다.

 음악은 시작부터 강한 기운을 내뿜었다. 무대가 열리면서 동시에 객석을 휘젓는 글린다와 오즈 시민들의 '노 원 몬즈 더 위키드(No one mourns the wicked)'의 위력은 생각보다 세다. 화사한 핑크색 원피스의 글린다와 무뚝뚝한 엘파바의 우정이 싹트는 장면에서 흐르는 '파퓰러(Popular)' 등 귀에 박히는 넘버가 숱하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마법사와 결사항전을 다지는 엘파바의 1막 마지막 비행 장면이다. 유명한 넘버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와 함께 하늘로 치솟은 엘파바에게 현란한 조명이 와르르 쏟아져내린다.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스멀거린다.

 무대 위 등장하는 의상만 350벌, 가발도 69개나 된다. 세트 공수에만 트럭 40대가 필요하다. 작곡가 스티븐 슈왈츠, 대본 위니 홀즈만, 호주 협력 프로듀서 존 프로스트 등이 한국 무대 스태프로 뛴다. 엘파바 역 젬마 릭스, 글린다 역 수지 마더즈는 뮤지컬 여배우의 매력을 한껏 뽐내줄 것 같다.

 남은 관심은 볼거리 많은 이 해외 흥행 대작이 국내 관객을 얼마나 불러모을 수 있을지에 쏠린다. 국내 제작을 맡은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는 총 제작경비가 2004년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투어 공연 당시 투입됐던 198억원보다 많은 200억원대라고 밝혔다. 환율, 세트 운송비 등의 요인이 컸다고는 하지만 이제껏 국내 무대에 오른 뮤지컬 중 최고가로 '위키드'가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팬텀', '지킬' 등 남자배우들의 강한 캐릭터가 독점해온 한국 뮤지컬 무대에 이 '초록마녀'의 비행은 성공적일까. 국내 뮤지컬 시장을 단숨에 키웠던 '오페라의 유령' 이상으로 '위키드'가 존재감을 드러낼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모란꽃 흐드러지게 피는 계절이 오면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오는 5월 3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초록마녀의 첫 비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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